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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재밌게 봤던 '2020 원더키드' 라는 만화의 모습처럼 놀라운 변화는 없었지만 2020년은 전세계인 모두에게 다른 의미의 놀라움으로 기억될 한 해일 것이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이 때를 회상하며 그땐 그랬지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소망해본다.

2020년은 투자를 하면서 가장 큰 변동성을 겪은 해이기도 했다. 종합주가지수가 하루에 10퍼센트씩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원래 그랬던 것 마냥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가 지금으로부터 불과 8-9개월 전이다.

3-4월의 폭락장 이후에는 사상 유례없는 상승장이 찾아왔다. 1400대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가 2800대까지 상승하여 1년도 안되는 기간에 2배 가량의 상승을 이루어냈다. 덕분에 땅굴을 파고들었던 내 계좌도 지금은 레드레드하게 확 바뀌어있다. 3월에 -80%까지 찍었던 종목도 플러스로 전환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저 웃음만 나온다. 그 때는 곧 망할 것 같던 기업이 지금은 코로나 펜데믹 이후에 일상으로 돌아가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공포와 광기가 투자에 있어서 대단한 역할을 하는 녀석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0년에 투자했던 모습을 되돌아보고 주요사항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1. 미국 배당주 비중 확대

2020년은 미국 주식, 그 중에서도 배당주의 비중을 확대했던 한 해였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배당주의 위력을 다시금 실감했기 때문이다. 무섭게 오르지도 않지만 무섭게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특징이 마음에 편안함을 가져다 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삼아 성장주에 자신감있게 덤벼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매수한 기업들이 사양산업군에 접어들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미가 보이기 전까지는 분기배당과 저변동성이라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긴 호흡으로 들고갈 예정이다.

 

2. 지수추종 ETF의 위력 확인

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 중 하나가 TIGER 200 이다. 내가 종목을 잘못 고르더라도 그 실수를 TIGER 200이 만회해줄거라는 믿음, 그리고 자산의 일부분을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성장과 함께 하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가져가는 종목이다. 2020년의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개별 종목들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었지만 결국 연말에 이르러 수익률을 봤을 때는 어지간한 개별종목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준 ETF이다. 새해에도 TIGER 200은 내 포트폴리오와 계속 함께 갈 예정이다.

 

3. 인버스 ETF의 늪에서 빠져나온 일

예전에 나의 투자실패담으로 글을 쓴 적도 있는 인버스 ETF투자의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장기적으로 들고 가기에는 지수 상승, 수수료 등의 요인으로 굉장히 부담이 되는 ETF이기도 하고 이 녀석을 많이 들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사람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효과도 있다. 2020년의 3-4월 중에 많은 분들이 내 블로그에 방문해주셔서 인버스 ETF를 왜 일찍 팔았냐고 위로아닌 위로를 많이들 해주셨었다. 결과론적인 얘기로 그 ETF 지금도 들고 있다면 정말 지옥을 경험하고 있었을 것이다. 남들은 주식이 올라서 다 돈벌고 있는데 홀로 인버스 끌어안고 방구석에서 엉엉 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시장의 움직임을 예견하는 통찰력이 없기 때문에 인버스에 비중을 많이 싣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일 확률이 높다. 그저 보험용으로, 헷지 수단으로 (버리는 셈 치고) 소액 정도만 샀다가 팔았다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훨씬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인버스는 지금처럼 소액만 가지고 헷지용으로 쓰거나 아예 사지 않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4. 시장을 예측하려 한 죄

3-4월의 바닥을 지나 코스피가 날개달고 상승하여 저점 대비 약 40% 가량 상승하였을 때, 한 번 정도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포트폴리오의 주식 비중을 줄였었다. 그래봤자 코스피 기준으로 2000 부근이었는데, 아직도 저렴한 구간에 있는 종목들이 널리고 널렸었는데, 그 쓸데없는 예측으로 괜한 손해를 봤다. 내가 생각했던 조정따위는 없었고 코스피지수는 그대로 천장을 뚫고 전고점인 2600을 훌쩍 넘어서버렸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분명히 싸다고 생각했을 구간에 머무르던 기업들을 단지 저점에서 40% 가량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홀랑 팔아버린 죄는 돈으로 벌을 받았다.

시장은 그냥 TIGER 200에 맡기고, 내가 싸다고 생각해서 산 주식들은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괜한 짓을 해서 포트폴리오에 피해만 입혔다. 시장 전체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한 매매에는 소질도 없고 승률도 낮기에 앞으로 더더더더 자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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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2020년은 지옥과 천당을 오간 한 해였다.

2021년의 포트폴리오에는 순이익, ROE가 낮은 종목들을 정리하고 눈여겨보던 종목들로 갈아탈 계획이다. 또, 시장에 대해 함부로 예측하고 매매하지 않으며 내가 정한 기준에서 저렴한 종목은 매입해서 가져가고, 지나치게 오버슈팅이 나오는 종목은 '감사합니다'하는 마음으로 매도하는 정도에서만 비중 조절을 하려고 한다.

 

2020년 상반기에는 코스피 2500도 어려워보였지만 하반기에는 언제든 코스피 4000도 노려볼 수 있을만한 기세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을 현실에 반영하면 2020년이 아닐까 싶다. 2021년도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도록 원칙을 지키며 소신껏 투자한다는 다짐을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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