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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투자자로서 겪어보지 못한 나에게 코스피지수의 바닥은 1,800부근이었다. 누가 그렇다고 딱 정해준 것도 아닌데 순전히 내 경험으로 나 혼자서 마음 속에 거기가 바닥이라고 선을 그어놓고 투자를 하고 있었다.

물론 나의 잘못된 신념(?)이 깨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미스터마켓은 늘 내 생각보다 더 오버하는 존재였고, 이번에도 역시 예상을 저버리지 않았다.

2년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하여 2,600을 찍었을 때
"이제 드디어 대한민국 주식시장도 빛을 보는구나!! 가즈아!!"
를 외쳤건만 가즈아 뒤에는 코스피 1,400 이라는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위기는 찾아왔고, 우리는 이 위기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버텨내는 중이다. 그렇다면 2020년 이전에 찾아왔던 큰 위기에서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었는지 한 번 찾아보려고 한다.

이미 수많은 언론과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이전의 위기를 겪었던 선배 투자자들에게 작금의 상황과 그 때의 상황을 비교해달라는 컨텐츠를 앞다투어 다루었고, 나도 유명인들의 인터뷰를 많이 찾아보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위기를 잘 넘긴 투자자는 다음 번 위기에 여러 미디어에 등장해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며 무용담을 늘어놓고 있을 것이다. 나는 최소한 그 인터뷰를 웃으면서 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땐 그랬지" 하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큰 위기는 두 차례가 있었다.

1997년의 IMF 구제금융,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구제금융 사태는 우리나라가 잘못(?)한 지분이 컸다면,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불어닥친 금융위기는 미국이 잘못되면 전세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간접체험해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일단 구제금융 당시의 코스피 월봉차트이다.

96년도 초반에 900-1,000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던 코스피가 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하고 기업들이 줄도산 하면서 277포인트까지 수직낙하 한다. 물론 우리가 다 알다시피 그 이후에 국민들의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이 더해지며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고, 99년도에 코스피 1,000포인트를 다시 돌파하며 대한민국이 지옥에서 살아돌아왔음을 알렸다.

여기서 궁금한 대목은 바닥에 머무는 기간이 어느정도였냐 하는 부분이다. 월봉 차트 상으로 4개월간 300-400부근을 횡보하다가 98년 말쯤에 IMF에 빌렸던 돈을 갚으면서 장대양봉을 쭉쭉 뽑아냈다.

즉, IMF사태 때 주가지수는 반의반토막이 났었고, 그 상태를 약 4개월간 유지했었다는 것이 이번 글에서 주목하는 부분이다.

주가지수가 신나게 두드려 맞은 후에 다시 정신 차리고 새출발하기까지 4개월의 춥고 어두운 겨울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어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계를 되돌려보면,


최고점 2,085에서 1년 만에 892포인트로 자유낙하를 한다. 딱 반토막, IMF때보다는 양호했었음을 알 수 있다. 다급해진 미국이 양적완화를 선언하고 돈을 풀어대면서 사태는 진정됐고 괜히 얻어맞았던 코스피도 약 1년만에 1,700선을 회복하며 바닥 대비 두 배 가량의 상승을 보였다.

주가는 2008년 10월에 저점을 찍고 약 5개월간 방황을 한 후에 본격적으로 상승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우리가 알고 있는 10년 박스피가 시작되었다...)

IMF당시와 비슷하게 바닥을 다지는 기간이 약 5개월 가량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위기가 과거에 두 차례 있었던 위기들과 동급이라고 가정하면 4-5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사태 라는 것이 바이러스로 시작되었기에 바이러스의 치료제가 등장하거나 전염성이 현저히 약해지면 그보다 더 빠르게 주식시장에 반응이 올 수도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굳이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위기를 꺼내온 이유는 이번 코로나사태와 간접적으로 비교해보며 앞으로 대응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이다.

국가가 부도날 뻔했던 위기에서 주식시장은 약 4개월간 바닥을 기었고, 현존 세계최강국인 미국이 골로 갈 뻔했을 때는 5개월여의 시간 동안 바닥에 머물렀다.

4-5개월은 누군가에게는 길어보이고 누군가에게는 짧아보이는 기간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시장의 역사를 놓고 봤을 때에는 고작 4-5개의 월봉에 지나지 않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코로나사태를 해결하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기간도 일단 4-5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고 기준점을 잡아볼 수 있겠다. 그보다 빨리 해결된다면 훗날 역사는 가벼운 위기쯤으로 기록할 것이고,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전염병이 경제를 위기속으로 몰아넣었던 또 하나의 굵직한 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다.

아무쪼록 대한민국이 잘하고 있듯, 다른 나라들도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잘 해결하고 한시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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