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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3일 금요일은 누군가에게는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준 날이었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주식시장의 블랙프라이데이였다.

이렇게 모든 종목이 일제히 폭락할 때 반대매매가 많이 나오게 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단어가 신용과 미수이다. 신용과 미수는 쉽게 말해 '레버리지'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레버리지는 자산을 불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마법사가 될 수도 있고, 자산을 순삭시켜주는 악마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양날의 검이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경제 용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레버리지를 잘 써서 자산을 모은 사례가 정말 많은 나라이다. 모르긴 몰라도 전세계를 통틀어서 레버리지를 잘 쓰기로 세손가락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독특한 부동산 제도라고 부르는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 레버리지 장인들의 강력한 무기이다. 1억짜리 집이 있고 전세금이 7천만원이면 내 돈 3천만원만 가지고도 1억짜리 집을 소유하며 100%주인행세를 할 수 있다. 집값 상승분 혹은 하락분에 대해서도 (표면적으로는) 100% 책임을 진다.

만약 집값이 1억 3천만원으로 올랐다면 이 부동산의 상승률은 30%이고 수익률도 30%이다. 하지만 실제 내 돈은 3천만원만 들어갔으므로 실질수익률은 100%가 된다.
원래대로라면 1억을 가지고 집 한채를 사서 3천만원이 오르고 30%의 수익률을 내는 게 맞다. 이렇게 투자하는 대신에 전세금(여기서는 7천만원으로 통일)이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1억짜리 집 3채를 가지고도 1천만원이 남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이 레버리지가 가진 아주 강력한 힘이다.

 

그렇다면 레버리지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이번에는 집값이 30% 하락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똑같이 1억짜리 집에 7천만원의 전세금과 내 돈 3천만원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집값이 7천만원으로 하락했고, 세입자가 이사를 가게 되어 전세금 7천만원을 빼주고 나면 내 수중에 남은 돈은 0원이다. 손실률 100%,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실제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빠르게 자산을 불려나갈 수도 있고, 반대로 빠르게 패가망신을 할 수도 있다.

신용, 미수도 타이밍맞게 잘쓰면 레버리지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도 신용, 미수를 사용하는 것을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다.

부동산 투자에서 사용하는 레버리지와 주식의 그것은 원리는 같을지라도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핵심은 '책임'에 있다.
신용, 미수를 썼다가 상황이 안좋아지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 투자자가 지게 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대매매를 당하고 투자는 실패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안되지만) 부동산은 다르다. 투자판단이 잘못되어 집값하락을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투자자는 책임을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잘못 판단했으니 손실도 내가 보겠다.'
or
'에라 모르겠다. 나는 죽어도 손해 못보겠다.'

책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주식의 레버리지와 성격이 다른 것이다. 물론 책임을 남(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은 절대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다.

본인의 투자에 본인이 책임지는 것을 선택한다면 빚을 내서라도 세입자의 전세금을 내주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손해 못보니 법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손실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키고자 하면 그 피해와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세입자가 떠안아야 한다. 서울 강서구의 빌라 600채 소유자 사건 등을 보면 현존하는 법 테두리 내에서는 투자자가 무조건 갑일 수 밖에 없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도나도 몽창 빚을 내서 겁없이 갭투자에 나서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상승의 열매는 나 혼자 다 먹을 수 있고, 하락의 고통은 남에게 미룰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해주는데 이걸 마다할 투자자가 몇이나 될까 싶은 대목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식의 레버리지(신용, 미수)는 가급적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할 투자수단이지만, 부동산의 레버리지(전세제도)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나쁘지 않은 꽃놀이패가 된다.

똑같은 '빚'이지만 주식에서 쓰는 신용과 미수는 '나쁜 빚'이 되고, 부동산에서 사용하는 빚은 '좋은 빚'이 된다.(여기에서 투자자의 도덕성은 논외로 한다.)

그래서 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신용, 미수를 사용해서 주식투자에 나설 마음이 1도 없으며, 주변 지인들에게도 말리면 말렸지 절대 권할 마음이 없다.

 

지금 이 순간,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힘든 시기일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월봉이나 년봉으로 들여다보면 작은 파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남긴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딱 이 마음으로 버티고 견뎌낸 후에 다가올 또 다른 상승장을 준비하려고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주식&채권 이야기/주식 용어] - [주식 용어]주식에서 신용과 미수의 뜻과 차이점

[주식&채권 이야기/정보 혹은 잡설] - 주식투자는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누구에게 빌려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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