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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뒤숭숭하고 매스컴에서는 폭락을 먹이삼아 신나게 떠들어댄다. 덕분에 주변에 주식에 1도 관심없던 지인들조차도 주식얘기와 코스피 폭락 얘기, 서킷 브레이커 얘기, 기름값 떨어지는 얘기 등을 대화의 메인 주제로 삼아 먼저 말을 건네온다.

내 블로그에도 이전에 남겨두었던 ETF투자 실패 이야기에 대한 글이 있는데, 최근 들어 많은 분들께서 이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있다.

[ETF투자 경험담]나의 ETF투자 실패 이야기(부제: 인버스의 함정을 간과한 자의 최후)

이 글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코스피지수가 올라가니까 다시 떨어질 때 수익을 낼 욕심으로 인버스 etf를 무리하게 담았던 한 불쌍한 개미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인버스 etf를 손절했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세상에 제일 쓸데없는 말이 '만약'이라지만,
만약 내가 저 인버스 etf 를 자식처럼 품고 애지중지 아끼며 오늘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나는 오늘 소고기 파티를 하며 지금의 하락장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세상에 만약은 없었고, 나에게는 예측능력이 없었다.

한때 내가 사랑했던 KODEX200선물인버스2X의 차트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이 인버스를 정리하기 시작해서 다 던질 때까지의 기간이 차트에서 보이는 바닥 지점과 소름끼치도록 일치한다.
이왕 인버스를 샀으면 혹시 모를 하락에 대비해 보험용으로 가지고 있으면 되는데 이 당시에는 미친듯 올라가는 지수와 개별 종목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더 안달이 나서 어떻게든 인버스를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에 팔아제낄 합리화만 해댔던 것 같다.

그래도 3년전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함부로 '예측'이란 것을 하려 덤비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세워두고, 그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과, 그저 운에 맡긴 예측은 애초에 출발선부터가 다르다. 예측의 가장 큰 단점은 '아니면 말고'라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나는 코스피가 2200부근을 돌파하면 단시간 내에 다시 2000부근으로 내려온다고 믿고 그 믿음을 근거로 예측을 했기에, 내 예측이 틀렸을 때의 대응방안 따위가 있을리가 없었다. '나는 틀릴 수가 없다.'는 오만한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는데 어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인버스 투자를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나에게 인버스는 보험상품 같은 존재가 되었을 뿐이다.

 

세상에 보험을 잘 들어서 부자가 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간혹 그런 사람이 있긴 한데 거의 100%의 확률로 감옥에 간다. 그래서 보험은 딱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진짜진짜 지금 없어도 전혀 아쉽지 않을 금액으로만 들어야 한다.

내 월급이 200만원인데 월납부금 150만원 짜리 생명보험을 들고, 내가 죽으면 50억원의 보험금이 나오게 해놓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집은 내가 죽어야만 부자(?)가 되는 이상한 집안이 되어버린다.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험금 때문에 가족에게 몹쓸 짓을 하는 사람들은 200%의 확률로 자신이 장기간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의 보험료를 납부하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버스는 투자금액의 일정부분을 넘어서면 투자자의 마음을 주객전도 시켜버린다. 무슨 악재가 좀 터져서 지수가 쭉쭉 내려줘야 내가 돈을 벌기 때문에 마음가짐 자체가 긍정과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나의 경우는 인버스 비중을 0~10%사이로 못박아두었다. 한동안 괜한 자격지심에 인버스를 쳐다도 안볼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녀석의 존재를 인정하고 다시 가까이(?) 지내는 중이다.
지금처럼 폭락장에서는 가지고 있던 인버스를 팔아 물타는 데 보태쓰고, 주가가 전고점을 뚫고 끝도 없이 오른다해도 인버스는 최대 10% 딱 거기까지다.

 

이렇게 기준을 정해두고 투자를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상승장에서 인버스는 어차피 보험료이니 없는셈치고, 하락장에서는 힘든 와중에 한 주 더 살 수 있는 보험금을 지급해주고 수익률 하락을 방어해준다고 생각하니 인버스가 다르게 보였다.

"내 돈 넣고 잃어봐야 배울 수 있다."

투자하면서 많이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다. 내가 겪기 전까지 난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왜? 나는 안 잃고 배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나는 인버스를 가지고 어줍잖은 장난을 하다가 수업료를 호되게 지불했고, 그것이 지금 내 투자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근데 이제 내 포트폴리오의 주력인 TIGER 200이 많이 아프다..
어떡하지?

 

(어떡하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계속 추매하고 분배금 받으며 버티다보면 또 좋은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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