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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2 - [주식&채권 이야기/정보 혹은 잡설] - 배당은 언제나 옳을까? -1-

 

배당은 언제나 옳을까? -1-

나는 배당주를 좋아한다. 회사가 번 돈을 주주들과 공유한다는 주식회사의 방침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히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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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파죽지세로 상승한 미국 성장주들이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적어도 이 기간동안만큼은 배당주보다는 성장주가 옳았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배당주의 승률이 더 높았다고 할지라도 지난 10년간은 성장주의 압승이기에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탄탄한 편이다.



그럼, 이 쯤에서 한 가지 가정을 해보려고 한다.

Q. 만약 아마존(AMZN)이 매년 주주들에게 배당을 실시했다면?

지금처럼 거대공룡이 되어 미국의 유통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었을 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게 될 것이다.
아마존은 사업 초기에 적자를 감수해내면서, 이익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며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왔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데 아마존의 주주들이 기업에게 배당을 요구하고 경영진이 이를 받아들여서 지금까지 꾸준한 배당을 실시해왔다면 지금의 아마존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벌어들인 돈을 계속 사업에 재투자해가며 인프라를 구축하고 사업 규모를 확장시킨 것이 아마존의 핵심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 돈을 배당하는데 썼다면 지금과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고, 시장점유율도 지금보다 낮았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도 아마존이 배당없이 기업을 운영해 나간다는 걸 알고 있었고, 언제쯤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서 배당을 지급하게 될지 기약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아마존에 투자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투자금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여윳돈을 가지고 투자했을 것이다. 또한 매년 투자금 대비 일정 비율의 배당금이 나오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소득 수준이나 재산 수준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존이라는 기업이 충분히 성장하고, 기업의 주식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아마존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길 바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업이 스스로 이익금을 재투자해가며 성장에 복리 효과를 적용하는데 배당금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당금을 지급하면 약 15%에 달하는 배당 소득세를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낸 100달러의 이익을 재투자하여 연 15%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면 1년 후 100달러는 115달러가 되어 있다. 하지만 100달러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면 투자자들이 약 15%의 배당소득세를 내야하므로, 일단 15달러가 주머니에서 빠져나간다. 85달러를 가지고 연 15%의 수익을 거두면 1년 후 97.75달러가 된다.

 

  배당금 세금(세율 15% 적용)
(연 수익률 15% 가정)
100달러 이익 재투자 시 0 0 115
100달러 이익 배당금 지급 시 100 15 97.75

(단위 : 달러)

기간을 1년으로 한정지으면 100달러의 수익금을 재투자했을 시와 배당금을 지급했을 시에 115달러와 97.75달러로 17.25달러의 차이가 나지만, 금액이 커지고 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무배당 기조를 계속 고집하는 데에는 위와 같은 이유도 한 몫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싶다. 배당으로 주면서 세금 내고, 남은 돈 가지고 재투자를 하려면 배당을 주지 않고 이익금을 고스란히 재투자 했을 때보다 수익률이 훨씬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 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뭐야, 배당 받는 게 별로 좋은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아마존과 같은 사례는 어디까지나 성장주에게 국한된 사례이다. 이미 성장해버릴대로 성장해서 어른이 되어버린 성숙한 기업에게는 무배당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에 그냥 배당을 주는 것이 여러모로 낫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국내에 통신 사업자는 SKT, KT, LGU+ 이렇게 3개의 기업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은 약 5천만명으로 정해져 있다. 통신 사업을 위한 대부분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3개의 기업이 박터지게 싸워봤자 고객의 수는 5천만명으로 정해져 있다. 갑자기 내년에 이민자를 1천만명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추가 고객을 모집할 드라마틱한 방법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면 이런 기업들은 잉여이익금을 재투자할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돈을 아무리 많이 쏟아붓고 투자해도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거나,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의 방법이 존재하지만 본업만큼의 이익률이 나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잉여이익금을 계속 회사 내부에 쌓아두면 대부분의 주주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성장성이 멈춘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이익창출과 이를 바탕으로 한 '배당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고 성장원동력이 약해지기 시작하면 배당을 지급해서 투자자들의 마음이 떠나지 못하게 잡아두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SK텔레콤 같은 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와 투자금액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테슬라나 아마존의 주식을 담는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AT&T 같은 기업의 주식을 담는 투자자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당장의 배당금을 포기하고 미래에 더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는 테슬라와 아마존 같은 성장형 기업에 투자하고, 배당금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AT&T 같은 배당주에 투자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배당주는 좋다. 어쨌든 이익을 주주와 공유하고자 하는 기업의 철학은 배당 정책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처한 상황, 나이, 자산 형태,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배당주보다는 아마존이나 테슬라같은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안겨다 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종목을 골라내는 안목과 주식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은 필수요소이다.)

책상 앞에 앉아서 내가 처한 상황과 나이, 자산 형태, 소득 수준 등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에게 맞는 투자방법을 찾을 수 있다.

나에게 배당주는 옳은 투자인가? 그렇지 않은 투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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