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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당주를 좋아한다.
회사가 번 돈을 주주들과 공유한다는 주식회사의 방침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히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재무건전성이 좋은 편이다. 영업을 해서 이익이 남아야 하고, 그 이익을 실제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만 배당을 할 수 있기에 "꾸준한 배당 = 탄탄한 기업"이라는 가정 하에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도 다수 존재한다. 가끔 일회성 배당으로 엄청난 시가배당률의 배당금을 챙겨주는 회사도 있지만, 말 그대로 '일회성'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배당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오너 일가의 자금 마련이라던지 다른 의도를 가지고 배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에 딱 한 번 배당을 왕창 줬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열광하며 주식을 사지는 않는다.

 

비슷한 맥락에서 요즘 미국 주식 투자 열풍도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미국의 주식이 10년 넘게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미국 주식 투자 열풍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미국의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주주친화적인 배당 정책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미국에 상장된 기업들은 대충 눈감고 아무거나 찍으면 분기 배당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 (1, 4, 7, 10월), (2, 5, 8, 11월), (3, 6, 9, 12월)과 같이 분기별로 배당을 지급하는 일이 아주아주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일부 기업들은 월배당을 실시한다. 1년에 12월이 있으니 12번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월급 받듯이 배당받는 재미에 미국 주식을 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기업들이 배당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해서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배당을 줄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배당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기업들도 있지만, 이 와중에도 배당금을 올려준 기업들도 존재하며 이런 전쟁통 같은 상황에서 배당금을 인상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얼마나 좋은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지금도 투자자들은 적정한 배당금을 수 십년간 꾸준히 지급해 줄만한 능력을 갖춘 회사를 열심히 찾아나서고 있다. (나도 그렇다.)

 

우리 나라에서도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배당금을 꾸준히 증가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하였고, 이 밖에도 많은 기업들이 반기배당 혹은 분기배당을 실시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몇 년간 굉장히 활발해졌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분명 반가운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배당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며 성장하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미국의 아마존, 구글,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배당 한 푼 받지 못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투자자들은 이 기업들의 주식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주가 상승이 배당 수익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기업에게 배당지급은 막대한 규모의 기회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마존이 배당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거의 모든 투자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연간 성장률이 두 자리 수 이상이 되는 기업에게 얼마간의 배당을 바라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려고 한다.

친구 3명이서 함께 투자해서 식당을 하나 오픈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서로 협력해서 식당을 운영하여 식당을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 식당에는 테이블이 10개 있었는데, 점심시간 / 저녁시간이 되면 수십 명 이상이 줄을 섰다가 이 식당에서 식사를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식당이 더 넓고 테이블이 지금보다 더 많았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손님들도 모두 수용할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이익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상황에서 세 친구는 식당의 운영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게 된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선택지를 만나게 된다.

1. 현재의 식당 규모를 유지한다.
2. 식당 규모를 키우거나 2호점을 오픈한다.

 1. 현재의 식당 규모를 유지한다.
지금 장사가 충분히 잘 되고 있고,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이자 광고효과도 큰 편이다. 괜히 식당 규모를 늘렸다가 언제든 빈 자리가 있는 식당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식당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상권도 크지 않은 편이라 식당 규모만 늘리고 손님은 늘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순이익금 중, 식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셋이서 나눠 가지기로 한다.

2. 식당 규모를 키우거나 2호점을 오픈한다.
지금 장사가 굉장히 잘되고 있긴 하지만, 테이블 수가 적어서 매출액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식당 규모를 확장하거나 인근에 2호점을 오픈하면 매출액도 늘어나고 이익 규모도 더 커질 것이다. 주변 상권이 크지는 않지만 경쟁 음식점이 많지 않고 외지에서 오는 손님의 비중도 높으므로 식당을 확장하면 매출액과 순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순이익금을 다시 식당에 재투자하여 확장 공사를 하거나 2호점을 오픈한다.


현실세계에서 1번을 선택한 기업들은 sk텔레콤, 대신증권과 같은 배당주들이다.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주주들끼리 이익을 나눠가지는 것에 초점을 두고 기업을 운영한다.

2번을 선택한 기업들은 미국의 아마존, 구글과 같은 성장주들이다. 사업의 확장성이 좋고, 이익을 재투자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높기에 더 큰 그림을 그리며 회사를 키워나간다. 이들에게 배당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셈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이 안하는 기업보다 나은 것이 사실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기에 기업의 상황과 내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안목이 반드시 필요하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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