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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의 어느 날, 그 동안 잠잠하던 한일관계에 일본이 강한 도발을 걸어왔다.

우리나라 대법원이 미쓰비시 등의 일본 기업들에게 제 2차 세계대전 등에 강제 징용 당했던 한국인 희생자들에게 배상하도록 판결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기사들이 줄을 이루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 점, 그리고 그 반도체에 쓰이는 핵심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한다는 점을 약점으로 삼아 일본 정부에서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이라는 규제를 신설해버린 것이다.

이에 분노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니클로, 다이소, ABC마트 등 일본 자본이 투입된 기업들에 대해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시작했으며 기업의 근간을 일본에 두고 있는 롯데에까지 불매운동의 영향이 미치게 되었다. 또한 국내 맥주 소비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일본 맥주도 불매운동을 시작하여, 9월 현재 일본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이다. 이제는 유니클로 옷을 입고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이 찝찝해서 입기 싫은 상황이 되었으며, 굳이 일본 맥주가 아니어도 맛있는 맥주는 시중에 차고 넘치므로 주변 사람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아가며 일부러 일본 맥주를 사먹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

처음에 일본의 규제가 시작되었을 때,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수출 제한으로 인해 곧 쓰러질 것 같은 뉘앙스의 기사들을 쏟아냈지만 3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동안 귀찮아서, 혹은 일본에서 사다 쓰는 것이 편리하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던 각종 부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서 점점 '반도체 생산 독립국'의 지위에 다가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도 여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는지, 선심쓰는 척하며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해 줄 의지를 내비쳤으나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심드렁한 태도로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형국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이번 일본의 무역전쟁 도발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장점(?)으로 국민들의 각성을 꼽는다.

역사 시대가 시작된 이래로 모든 기록은 일본이 한반도를 정벌하겠다는 야욕을 품고 있음을 명확히 가리키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그들의 힘이 미천하여 해안가에 노략질하러 오는 것에 그쳤지만, 조선시대에 그들의 힘이 강해졌음을 확인하는 순간 '정명가도'의 핑계를 내세워 임진왜란을 일으켜서 한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리고 조선말기에 이르러서는 실제로 조선을 정벌하여 약 40여년간 우리에게 일제강점기라는 수치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일본의 그 야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독도'를 자꾸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너무 관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이고, 좋은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라는 사실을 갖다붙여가며 '일제'를 사용하고 일본산 맥주를 마시고, 일본에 여행 가는 것을 스스로 합리화시켜왔다. 언론에서는 '과거는 잊고 미래를 위해 함께 협력하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일본을 배척하는 사람을 앞뒤 꽉막힌 답답한 사람으로 치부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직후부터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일본에 가서 마음껏 먹고 놀고 마시는 장면을 대대적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원전사고 이후에 급감했던 일본여행은 방송사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으며, 어느새 우리 국민들은 원전사고와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를 저 멀리하고 앞다투어 일본행 비행기와 배에 몸을 실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2011년 원전 사고 직후에는 방한 일본인의 수가 방일 한국인의 수보다 많았으나, 2013년을 기점으로 그 수가 역전되기 시작하여 2017년에는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인구수가 5천만명, 일본이 1억 3천만명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인구의 15% 가량이 해마다 일본에 놀러가는 반면, 일본은 고작 2% 정도의 인구만이 해마다 한국을 방문하고 있었다. 서로 가장 가까운 나라이며, 교류가 늘어난다고 보기에는 한국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너무 심한 수준의 관광통계자료이다.

 

이렇게 우리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두 팔을 걷어올리고 나선 사람이 있었으니..

공교롭게도 그는 일본의 아베 총리였다.

 

한국으로의 수출에 제한을 걸어줌으로써,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으며 혹시나 이것으로는 부족할까 싶었는지 유니클로의 임원이 "불매운동 오래 못갈 것"이라는 명언을 후방에서 지원사격해줌으로 인해 일본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매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참 멋진 포스터다>

 

나는 개인적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부터는 찝찝한 마음에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에서 일본을 지운지 오래였고, 역시나 찝찝한 마음에 일본 맥주나 일본산 음식은 최대한 피하자는 주의였기 때문에 그동안 하던대로만 하면 일본 불매운동에 힘을 보태는 1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다른 분들께서 기업의 지분구조에 근거해서 찾아주신 일본 불매운동 기업리스트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 생각없이)영어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이나 유럽쪽 기업이라고 생각했던 ABC마트, 신발 살 때 이것저것 신어보기 편해서 스스럼없이 드나들던 그 신발가게도 일본기업이었다. 최근 들어 많이 눈에 띄었던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 이것도 영어로 되어 있는데다가 일본 느낌 나는 발음도 아니기에 역시나 미국이나 어디 서구권 기업에서 들어온 브랜드인가 보다 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여기도 역시 일본기업. 출신은 일본이지만 현지화가 완료되어서 한국기업이라고 생각했던 롯데도 역시 일본기업. 그 롯데가 데리고 들어왔던 옷가게가 바로 유니클로.

게다가 대부분의 사진 매니아들이 쓰는 카메라 브랜드인 캐논, 니콘에 게임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도로 위에서 자주 보이는 혼다, 도요타 자동차들, 그리고 역시나 별 생각없이 즐겨 마시던 포카리스웨트 등등등

생각보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들의 물건은 우리의 아주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서 마치 우리와 한 몸인양 지내고 있었다.

막상 일본은 우리나라에 여행도 오지 않고, 한국 물건은 거의 구입도 하지 않고 사용도 하지 않는데,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그동안 그들에게 제대로 호구잡혔던 것 같아서 괜스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런 사실을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본 사람들은 우리에게 물건 파는 것도 싫어하고, 우리가 그들의 나라에 놀러 가는 것도 싫어하니 불매운동을 열심히 하면 서로에게 윈-윈도 되니 더더욱 안 할 이유가 없다.

또한 불매운동이 잘되면 좋은 점이 한 가지 또 생긴다.

그 동안 일본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을 여러 루트를 통해 자국으로 가져갔다. 이렇게 되면 분명 국내에서 물건이 많이 팔리고 매출이 발생했음에도, 관련 이익이 국외로 유출되어 버리니 국내에서 돈이 돌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장사를 했으면, 여기서 다시 재투자를 하고 소비도 하고, 기부도 해야 돈도 잘돌고 함께 잘사는 나라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다이소, 유니클로, 롯데, ABC마트 같은 일본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는 대체불가의 자리가 아니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하는 업종이 아니므로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빠르게 그 자리를 국내 기업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일본이 그 명분을 제공했으니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내수를 진작시키고 국내 기업을 성장시키는 기회로 삼으면 그만이다.

 

지구 반대쪽 바다 건너편에 있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태풍으로 변할 수도 있다면

가까운 바다 건너편에 있는 고위 관리의 말 한마디를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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