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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를 만나서 맥주를 한 잔 마셨다.

예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밤 늦은 시간에도 볼 수 있는 존재가 친구였는데, 이제는 미리 약속을 정해야 하고 그마저도 1년에 만나는 횟수를 손에 꼽을 수 있다.

언젠가 인생 선배님들께서 "1년에 4번 이상 보는 친구는 절친한 친구다." 라고 하셨었는데, 그 말씀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해보기 전까지는 진정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사람이라고 썼지만, 나한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내 나이쯤 되고, 애를 낳고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관심사 중 하나가 '투자'가 된다. 친구와도 맥주를 한 잔씩 홀짝홀짝 마시다가 어느샌가 이야기 주제가 '투자'로 넘어왔다. 나는 주식을 주력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이야기했고, 친구는 바로 준비된 질문을 했다.

 

"플러스냐 마이너스냐?"

 

나는 "마이너스"라고 대답했고, 친구는 역시 개미투자자는 안된다며 주식을 그만하라고 권유했다. 주식은 도박이고, 우리같은 개미들은 열심히 저축하는 게 제일 좋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친구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지만, 미-중 무역전쟁 덕분에 코스피지수가 박살난 것도 알고 있었다.

 

 

친구의 말에도 분명 일리가 있다. 은행이 망하지 않는 한, 저축에는 마이너스가 없다. 내가 열심히 피땀흘려 모은 돈에 '마이너스'라는 스크래치를 내기 싫으면 주식 같은 '위험 자산'에 돈을 넣어서는 안된다. 내 돈이 쪼그라드는걸 지켜보고 있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기 때문이다.

만일 친구가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면, 같은 취미(?)를 가진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이야기꽃을 피웠거나, 주식투자에 관심을 보였다면 투자와 관련한 여러 가지 썰을 풀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주식투자 이야기는 시작한 지 1분만에 끝나고 말았다.

 

친구와의 만남이 코스피지수 2600을 찍었던 2018년이었다면, 내 계좌의 수익률이 온통 빨간색이었을 그 시점이었다면, 친구는 주식투자에 관심을 보였을까?

조심히 추측컨대, 아마도 친구는 얼마를 땄는지만 확인하고 다시금 관심을 접었을 가능성이 높다.

주식은 도박이기 때문이다. 잘되면 한 몫 단단히 챙겨서 일순간에 인생역전을 하거나, 아니면 높은 확률로 깡통을 차고 한강물 온도를 확인하는 '도박'이라는 인식. 아쉽지만 내 주변에 아직까지는 이러한 인식이 더 많은 듯 하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서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네이버나 다음의 투자 관련 카페에 가입하고, 블로그를 개설해서 외부와 소통하며,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투자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하다못해 당구를 치더라도, 80치는 사람 둘이서 백날 지지고 볶아야 100을 넘기기 힘들다. 150까지 가는데도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80치는 사람 옆에 400을 치는 사람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 두달만에도 80을 치던 사람이 150을 치고 200을 친다. 열심히 노력도 해야겠지만 400을 치는 사람이 옆에서 한 마디씩 해주는 조언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투자에 대해 좋은 철학을 가지고 이를 실전에 접목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람이 멘토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느 투자자에게나 큰 행운이다. 혼자 깨달으려면 10년이 걸리는 것을 훌륭한 멘토가 옆에 있으면 2-3년으로 단축시킬 수도 있다. '시간'이 가장 큰 재산인, 유한한 인생을 사는 인간에게 '시간단축'은 정말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뉴스에 짤막한 기사로 지나간 내용이 마냥 터무니없이만 들리지는 않는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경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다. 무려 350만 1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41억원이 넘는 돈이다. 2001년, 버핏이 자신과의 점심식사를 경매에 처음 내놓았을 때 고작(?) 1만 8600달러에 낙찰되었던 것을 보면 버핏과의 점심식사에 대해 사람들이 훨씬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고작.. 점심식사 한 끼를 함께 하는데 40억원이 넘는 돈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부자인 사람이겠지만, 자신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멘토와 면대면으로 앉아서 몇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듣기 위해 기꺼이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훗날 이 사람이 40억원 이상의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지금보다 더욱 큰 부자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기에 충분히 그럴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버핏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되고, 사상 최고가로 낙찰을 받는 순간 전세계의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일종의 홍보효과(?)도 있기에 좋은 일도 하고 실속도 챙길 수 있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나도 언젠가는 버핏과의 점심식사에 사상 최고가의 낙찰액을 적어내며 좋은 일도 하고, 세계 최고의 투자자와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나의 투자가 빛을 발하지 못한다면 버핏의 후계자와 함께 한다는 플랜B도 마련해두고..)

 

아직은 내 실력이 미천하여 누군가에게 투자를 적극 권유하지 못하지만,

"너 아직도 주식하니?"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함께 성공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는 의미로 내 가까운 지인들에게 주식투자를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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