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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6일 일요일 새벽 1시.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일부러라도 깨어있던 시간이다.

그 이유는 올림픽 금메달 결정전도 아니고, 성인 국가대표팀의 중요한 A매치도 아니었다.

 

젊은 태극전사들이 20세 이하(U-20) 남자축구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했기에, 그들을 응원하고자 많은 국민들이 치킨을 한 마리 시켜놓고선 TV 앞에 모여앉아 있었던 것이다.

U20 국가대표팀이 8강, 4강, 결승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이강인'선수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만 18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형들을 이끌며 팀을 결승까지 올려놓은 그의 실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아주 충분했다.

평소에 축구에 관심이 없던 지인들조차 이강인 이야기를 하고, 축구 국가대표팀 이야기를 할 정도였으며, 10년 전에 이강인이 출연했던 슛돌이 라는 예능프로그램까지 소환되어 회자될만큼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결승전에서는 안타깝게 패배하며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그들이 준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의 과정에 많은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으며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를 예상했다.

한국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고,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거둔 것은 단지 '이강인'이라는 걸출한 미드필더를 보유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강인 선수가 같은 연령대에서 출중한 기량을 가지고 있고, 팀에 시너지 효과를 불어넣어 팀 전체의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놓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글에서는 U-20 대표팀에서 각자가 보여준 역할을 투자에서의 자산배분과 연관지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이미 17년 전에 축구에서 감독이라는 역할의 중요성을 4천만 국민이 온몸으로 짜릿하게 경험한 바가 있다. 히딩크 감독이 만든 시스템 하에서, 각 선수들의 자신의 역할을 100% 해내며 사상 첫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었다.

축구감독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4-4-2같은 포메이션이 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3-5-2나 3-4-3등과 같은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한다.

 

투자에서의 감독은 '나 자신'이다. 내가 가진 자산을 어떻게 배분하고, 언제 투입할지의 여부를 모두 내가 결정한다. 종종 자산관리사나 금융회사 직원 등과 같은 '코치'들에게 조언을 얻기도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인 내가 전적으로 떠안는다. 모든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투자스타일이 있다. 예금, 적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있는가 하면, 주식과 같은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도 있다.

기본적인 투자스타일은 다르지만, 이들도 상황에 따라서 투자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예,적금을 선호하는 투자자라 할지라도 주식시장에서 과대낙폭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주식 매입비중을 늘릴 수 있다. 주식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도 시장이 상대적인 고평가 구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면 수익을 실현하고, 현금비중을 늘린 후에 시장을 관망할 수도 있다.

"나는 4-4-2성애자니까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상관없이 무조건 4-4-2만 밀어붙이겠다!" 라고 하는 축구감독은 전술적인 유연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승률이 좋지 못할 확률이 높다. 마찬가지로 투자세계의 감독인 '나'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이 필요한 셈이다.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려면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는 우수한 플레이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축구에 골키퍼,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가 있듯이, 투자에도 이와 비슷한 포지션이 있다. 각각의 포지션이 가진 역할에 맞게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성투로 가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골을 넣는 것이 목표가 아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상대방의 공격을 온 몸으로 막아내는 골키퍼는 각종 보험과 같다.

모두가 공격을 나가도 홀로 든든히 골대를 지키고 있는 골키퍼처럼, 보험도 돈을 버는 것이 목표는 아니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매월 일정금액을 꾸준히 지출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보장을 많이 받기 위해 보험 납입금액을 높이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실비보험과 암보험, 운전자보험 등은 보유하고 있어야 '만일의 사태'가 갑작스럽게 닥쳐오더라도 큰 피해없이 닥쳐온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다이렉트 보험 가입이 워낙 간편하게 잘 되어 있어서, 인터넷으로 조금만 손품을 팔고 보험 견적을 비교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보험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골키퍼의 앞에서 포백, 스리백을 형성하며 상대팀 공격수의 공격을 차단하는 수비수는 예금, 적금과 같다.

21세기의 예금, 적금은 공격수의 역할을 맡기기에는 수익률이 너무 안쓰러운 수준이다. 물가상승분 정도의 이자를 받으며, 언제든 투자전선에 투입할 수 있도록 늘 준비해두는 정도의 역할만으로도 예,적금은 자신의 역할을 100%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식이 폭락하고, 부동산이 폭락해도 일정 비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흔들리는 멘탈을 다 잡아줄 수 있고, 그 동안 눈여겨봐왔던 투자처에 과감히 투자를 실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비수와 공격수 사이에서 허리의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는 부동산 투자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겠으나, 내가 그동안 투자를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바는 부동산이 미드필더 역할에 제 격이다. 부동산은 예,적금보다는 자산의 변동성이 높으나,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낮다. 또한 예,적금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주식보다는 기대수익률이 낮다. 그리고 어쨌든 이왕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내집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편한 마음으로 투자에 임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동산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위한 '탄탄한 미드필더'의 역할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공격수는 역시나 주식(펀드, ETF 포함)이다.

현대사회에서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주식을 빼놓고 투자를 논한다는 것은 어딘가 허전하다. 주식은 단기적으로 보면 변동성이 아주 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까지는) 역사적으로 우상향을 이어 왔다. 연평균 8~10% 사이의 시장평균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이기에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이라는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주식이라는 최전방 공격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앞서 언급한 보험, 예금/적금, 부동산과 같은 팀원들이 각각 제 역할을 해내며 공격을 보조해주어야 한다. 보험 하나도 없이, 손에 들고 있는 여유자금 하나도 없이, 가족들과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집 하나 없이 오로지 주식 주식 주식투자만 한다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갑자기 사고가 나거나, 병을 얻었거나, 급전이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곤란할 일을 겪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높은 수익률만을 바라고 주식에 몰빵하는 것은 운이 좋다면 아주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겠지만, 반대로 운이 나쁠 경우에는 그나마 가진 재산도 깎아먹을 수 있으므로 일단 뒤를 든든히 해 놓고 투자에 임하면 여유로운 마음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같은 1만원이라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1만원과, 주식에 넣어둔 1만원은 돈의 목적과 쓰임새가 다르다. 내가 힘들게 번 돈에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부여하여 나의 자산이 나를 위해 슈퍼세이브를 하고, 안정적인 수비를 하고, 활발한 공격을 펼쳐서 나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데 앞장서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산 배분이자 투자라고 생각한다.

 

1편은 여기서 마치고, 2편에서는 골키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보험'에 대해 포괄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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