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일기]현대차와 엘리엇(한국형 배당귀족주의 등장을 꿈꾸며)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우편함에 우편물이 소복하게 쌓인다.

어차피 참여할 수 없는 '그림의 떡'과 같은 주주총회이지만, 그래도 주총 참여안내문을 받으면 '또 1년이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총 시즌에는 '현대차'로부터 몇 가지의 우편물을 받았다. 하나는 현대차가 보낸 지지호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엘리엇'이 보낸 지지호소문이었다.

언론에서도 이슈가 된 '현대차 vs 엘리엇'의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서류뭉치들이 담겨 있었다.

내용인즉슨,

현대차의 2018년도 배당과 이사 선임 등이 주요 골자였는데 결과적으로 주총에서는 참석 주주들 중 86%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현대차 측이 승리하며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배당금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대차 3000원 vs 엘리엇 21,967원

 

현재 현대차 주가가 123,500원이므로, 현대차의 제안에 따르면 시가배당률 2.4% 정도가 되며

엘리엇의 제안에 따르면 시가배당률이 무려 17.8% 정도에 이르게 된다.

현대차라는 기업이 현재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시가배당률 약 18%는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의 배당인데

심지어 몇 년째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기업에게 순이익보다 더 큰 배당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도 이미 엘리엇의 패배를 점치고 있었으며, 실제 주주총회에서도 예상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나야 주주 입장에서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해준다면야 땡큐 땡큐 일 수도 있지만 기업의 이익을 갉아먹으면서 받는 배당은 언젠가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엘리엇의 제안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다만, 엘리엇과 같은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무리해보이는 요구를 하는 점들이 나름대로 국내 기업들에게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스피, 코스닥으로 대표되는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국내 상장기업들은 대부분 기말배당을 채택하고 있다. 기말배당이란 쉽게 이야기해서 1년에 한 번, 연말을 기준으로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외국 기업들에 비해 시가배당률이나 배당성향이 낮은 편이기에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지만, 대기업인 그들이 갑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굳이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국내 기업에만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배당의 천국'이라고 불리우는 미국 기업에 투자한다면 눈이 번쩍 뜨일 수도 있다. 미국 기업은 분기 배당(연 4회 배당)을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월배당(연 12회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들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초과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특별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추가배당까지 지급하기도 하니 가히 배당의 천국이라 불리울만하다.

이렇게 온실과도 같던(?) 미국 시장에서 투자하던 미국계 투자회사들이 대한민국에 투자하면서 '놀라운 배당성향과 시가배당률'을 보고 당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무튼, 외국계 펀드나 투자회사들이 국내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꾸준히 목소리를 냈던 부분이 배당에 관한 부분이었고, 그동안 개미투자자들의 목소리에는 콧방귀를 뀌던 대기업들의 배당정책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삼성전자도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현대차도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SK텔레콤도 중간배당을 지급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이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엘리엇이 현대차에게 요구했던 2만원대의 현금배당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제안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무모해보이는 제안들이 소액주주가 주주로서 누리는 혜택을 늘려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미국에는 25년 이상 배당금을 지속적으로 늘린 기업에게 '배당 귀족주'라는 호칭을 부여한다. 배당귀족주에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존슨앤존슨', '코카콜라' 등과 같은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한국의 배당귀족주에 투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나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배당귀족주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며, 20년 후에 '귀족'의 호칭을 받을만한 기업을 유심히 살펴보아야겠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무역전쟁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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