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린 시절, 나는 부모님을 따라 강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산으로 놀러다니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그중에서도 계곡에 놀러갈 때마다 나를 기대하게 만드는 노동(?)이 있었으니, 바로 "다슬기 잡기"였다. 다슬기는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도 참 다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슬기, 도슬비, 올갱이, 고동 등등 뭐가 표준어인지 사투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다슬기가 많이 살고 있는 곳, 내가 다슬기를 많이 주워올 수 있는 곳인지가 중요할 뿐이었다. 내가 주운 다슬기를 집으로 가져가면 엄마께서 삶아서 간식으로 주시거나 된장국 등에 넣어주셨다. 나는 그렇게 먹는 다슬기를 무척이나 좋아라 했었다.

 

 

그런 다슬기를 많이 주워가서 실컷 먹으려면 일단 다슬기가 많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투자의 법칙이 적용되었는데, 물이 얕고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는 다슬기를 찾기가 어려웠다. 인적이 드문 곳,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 지형이 험한 곳과 같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가면 다슬기가 노다지로 살고 있었다. 어린 나는 늘 부모님의 철저한 보호 하에서 노동을 하였으므로 물이 얕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곳에서 소수의 채집만으로 만족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에는 뉴스거리로 잘 사용되지 않지만 예전에는 여름철 단골 뉴스 소재 중 하나가 바로 "다슬기 줍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과 같이 안타까운 내용이었다. 누군가가 더 많은 다슬기에 욕심을 내고 한발 더 깊은 물, 조금 더 물살이 센 곳으로 시나브로 들어가다가 봉변을 당했을 것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계신 부모님께서 나를 '지정된 구역' 바깥으로 내보내서 나의 "계곡 취미 생활"을 계속하게 해주실 마음이 추호도 없으셨던 것이었다.

내가 어릴 적에 몸소 경험했던 투자자의 영원한 난제.

수익률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에 대해 끄적여보고자 한다.

 

최근 들어 주식 매매를 거의 하지 않았다.

슬금슬금 오르는가 싶던 코스피는 다시 꾸역꾸역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데, 딱히 이 시점에서 매매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아무것도 안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주식을 사려고 관심종목에 넣어둔 녀석들을 훑어봐도 쿨하게 매수버튼을 누르고 싶은 종목이 없다.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 팔고 싶은 종목도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적극적인 투자다."

라는 생각으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문득문득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중 한 꼭지가 바로 '수익률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이다.

모든 투자자의 로망(?)은 안전한 투자처에서 최대의 수익률을 뽑아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5천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된다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2~3%대의 이자를 지급한다. 신용등급이 높다는 기업의 회사채를 매입하면 4~6%정도의 기대수익률이 나온다. 그리고 내가 얼마전까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투자처라고 생각했던 P2P라는 투자처도 있었다. (나에게 결과적으로 P2P라는 투자는 "하이리스크 No리턴"의 투자처였다...) 어쨌든, P2P도 나의 계산대로라면 리스크가 터진다고 해도 연간 기대수익률은 10%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정크본드라고 불리우는 일명 "쓰레기 채권"을 매입하고 나서 잘되면 몇백%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도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에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하기도 한다.

 

 

이처럼 위험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기대수익률도 함께 낮아지고,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기대수익률도 함께 높아진다. 그래서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모든 투자자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위험은 최대한 줄이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투자자들이 주식, 채권, 부동산, 금(Gold)과 같은 자산에 분산투자를 하고, 포트폴리오를 끊임없이 리밸런싱 하는 것도 결국 수익률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필사의 노력 중 한 부분일 것이다.

 

 

시중에 출간된 재테크 서적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공식이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할 자산의 비중을 정해주는 공식이다.

 

100 - 자신의 나이 = 공격적 투자 자산의 비중(%)

 

예를 들어 자신의 나이가 30세라면

100 - 30세 = 70%

70%의 자산을 공격적인 상품에 배분하여 투자하라는 것이다.

즉, 젊을수록 공격적으로 덤비고 나이가 들수록 자산을 지키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전문가들이 만든 공식이 아닐까 싶다.

젊을 때 실패도 해가며 배우는 거니까, 나이 들어서 실패하면 만회할 시간이 없으니까

그리고 젊을 때는 돈이 얼마 없어서 잃어도 많이 잃지 않고, 나이가 들어서 잃으면 평생 일군 자산을 다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위와 같은 마음으로 P2P라는 나름의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쓰디쓴 실패를 맛보았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노력하고 인내한 만큼만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내가 짧은 기간 동안 P2P 투자를 하고 난 후, 마음 깊이 새겨둔 값진 교훈이다.

그러면서 나의 투자성향도 더욱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는데, 나에게 수익률과 안정성 중 굳이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주저없이 안정성을 택할 것이다. 주식투자를 할 때도 이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서 이제는 변동성이 적은 배당주들에 자꾸 손이 간다. 내 주식 계좌의 뼈대를 배당주로 세우고 여기에 성장주를 섞어주는 방식으로 투자의 방향성을 잡아나가고 있다.

나 스스로도 투자자로서 성장해가고 있는 기간이기에, 미래의 나는 어떤 투자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놓여진 상황에서 지금의 나는 이것이 최선이라 여기고 투자에 임하고 있다.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이라는 소설이 문득 생각난다. 소설 속 주인공이 꿈을 통해 미래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소설 속의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조언한다.

오늘 밤 꿈에 '미래의 나'가 등장한다면 '지금의 나'에게 지금 이대로 투자하라고 할 것인가. 지금 당장 그 투자방법을 바꾸라고 할 것인가 괜히 궁금해지는 밤이다. 

 

재테크의 시작은 저축으로부터(저축의 시작은 절약으로부터)

주식,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까? (게시판 매매법 - 1편)

[P2P 투자 이야기] - P2P투자의 문제점과 투자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