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 글에서 피터 린치의 '칵테일 파티 이론'에 대해 살펴보았다.

'칵테일파티이론'을 통해서 본 주식 매매 시점(쉬우면서도 어려운 주식 사는 법)

하지만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칵테일 파티에 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이 이론을 적용하면 좋을까?

피터 린치는 칵테일 파티를 예로 들었지만 본질을 들여다보자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곳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시장의 침체와 과열을 알아내고자 함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대인들은 칵테일 파티에 가지 않아도 여러 부류의 사람들의 반응을 한데 모아놓은 곳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사이버 공간'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사이버 공간이 우리의 칵테일 파티장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온갖 종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제약없이 접근이 가능한 거대한 광장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투자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투자에 참고하는 것을 일명 '게시판 매매법'이라고 한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의 뉘앙스를 통해 시장의 침체, 과열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네이버나 다음의 주식 관련 카페에 가입하거나 팍스넷 같은 사이트를 참고해도 좋다. 카페에 가입할 때는 이왕이면 회원수와 글이 많은 곳이 좋다.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칵테일 파티 이론을 게시판 매매법에 그대로 적용해서 활용하면 된다. 여기서는 주식 관련 카페를 예로 들고자 한다.

 

1단계

카페가 한산하다. 새롭게 작성되는 글의 수도 별로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아래와 같은 제목의 글들이 주를 이룬다.

'00종목에 물렸어요'

'마이너스 50%인데 어떡하죠?'

'주식시장에 더 이상 희망은 없는 것 같네요'

'외국인이 몇 주째 팔고 있는데 대한민국 망하는 거 아닌가요?'

아주 가끔 몇 %의 수익을 냈다는 사람이 글을 올리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카페 회원들은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배척하는 분위기이다. 또는 희망이 담긴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선동'하지 말라며 몰아세우기도 하고, '그렇게 좋은 주식이면 너나 사라' 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즉, 카페에는 이미 주식에 물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2단계

1단계에 비해 15%정도 상승을 한 상황이다. 그래도 아직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이므로 분위기가 밝지 않다. 종목을 잘 찍어서 플러스로 돌아선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글 제목들은 아래와 같다.

'이제 조금 오르려나요? 아직 갈 길이 머네요'

'겨우 원금 회복하고 주식 시장 떠납니다. 모두들 건승하세요'

'여기서 손절하고 또 떨어지면 다시 살까요? 오를 때까지 버틸까요?'

1단계보다는 글의 수도 조금 늘어나고 희망을 노래하는 부류도 나타나지만 대중의 지지를 받지는 못한다. 아직까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으며 언제 다시 암흑기가 찾아올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의 글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3단계

1단계에 비해 30%의 상승을 한 상황이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코스닥 잡주가 아니고서는 꽤 많은 상승이 일어났으며 2단계를 버텨낸 사람들은 수익 구간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하루가 다르게 카페 회원수가 늘어나며 새로 들어온 회원들이 카페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00종목 사려고 하는데 고수님들의 조언 구합니다.'

'삼성전자 vs 하이닉스, 어떤 종목이 더 나을까요?'

'20년 정도 보고 자식에게 물려줄 종목 추천부탁드립니다'

저마다 좋은 종목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새로 가입한 멤버들은 의욕적으로 새 글을 올리며 카페활동을 하고 기존 멤버들도 여기에 부응하면서 카페가 점점 활성화된다. 5년, 10년 후에는 워렌 버핏 못지 않은 재벌이 되어 있으리라는 꿈에 부풀어 서로 간의 토의를 통해 저평가 종목을 찾아나가거나 고수들에게 종목 추천을 부탁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단계

대세 상승이 일어난지 몇 달~ 몇 년이 흘렀으며 모든 게시판의 글들에는 희망과 행복이 넘쳐난다.

'7월 수익인증합니다'

'수익으로 차 바꾸려고 하는데 어떤 차가 좋을까요?'

'6개월 뒤에 전세금으로 쓸 돈인데 잠시 넣어두기 좋은 종목 뭐가 있을까요?'

'주식으로 얼마를 벌면 종합소득세 납세 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아시는 분 계실까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다투어 수익인증 글을 남기고 글마다 축하와 축복의 댓글이 넘쳐난다. 수익으로 차를 살지 여행을 갈지 다시 재투자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며 투자에 매우 공격적으로 임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간혹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폭락론자'로 매도당하며 조롱당하거나 무시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슬프게도 바로 이 때가 시장의 정점이며,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간이다.

 

카페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제법 모인다는 커뮤니티를 몇 군데 돌아보면 각 단계별로 누리꾼들의 반응은 놀라우리만큼 흡사하다. 주식을 사야할 때는 공포에 질려 아무도 주식을 사지 못하고, 주식을 팔아야 할 때는 욕심에 눈이 가려 아무도 주식을 팔지 않는다.

주식 사는 법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꽤나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까?

 

다음 글에 계속.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