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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의 기원은 크게 두 가지 사례로 나뉜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기원전 2세기 경의 로마에서 첫 번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퍼블리카니(Publicani)라는 조직은 파르테스(Partes)라는 일종의 소유권을 발행하여 사용하였으며 이것은 현재의 주식과 매우 흡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당시의 로마는 세금을 걷거나 신전을 건립하는 일 따위에 퍼블리카니를 고용하여 일을 맡겼으며, 이들은 이러한 사업을 맡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본을 조달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 때, 파르테스를 발행하여 투자자들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주식과 마찬가지로 개인간 양수/양도가 가능하여 거래가격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더욱 널리 알려져 있는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1602년 설립)이다.

많은 사람들이 근대적 주식회사의 시초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동인도 회사 이전에도 아시아와 교역을 하려고 만들어진 많은 회사들이 있었다. 배를 띄워서 아시아와 교역에 성공하고 돌아오기만 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던 시대였는데, 높은 수익성에 비례해서 배가 난파되는 등의 위험성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소위 말해 '잘 되면 대박, 안 되면 쪽박'의 대표적인 케이스에 해당한다. 그러다보니 투자자들은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더욱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이런 투자자들의 투자자본을 모아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비슷한 성격의 회사들이 많이 있었지만 동인도 회사를 주식회사의 시초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지속적 사업 영위' 여부에 있다. 기존의 회사들은 배를 한 번 띄우기 위해 투자금을 모으고 준비를 하여 출항을 시켰으며, 교역에 성공하면 수익금을 나누어가지는 형태로 운영이 되었다. 수익금을 나누어가지고 나면 회사는 자연스레 해체(?)하는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동인도 회사는 투자자본을 회사에 지속적으로 묶어두는 대신에 투자금에 대한 소유권을 주식으로 제공하였다. 주주들은 회사의 경영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주식의 가격이 많이 올랐을 때 자신의 주식을 타인에게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바로 지금 주식시장의 모태가 된 것이다.

 

주식시장의 모습과 거래방법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21세기에는 주식을 실물로 보유하지도 않을뿐더러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증권사나 거래소에 방문하는 모습도 매우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주식에 관심이 있고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은 투자자라면 주식회사가 어떤 배경 속에서 탄생했는지 정도는 꼭 알아두어야 한다.

혼자서 큰 위험을 지고 모험과 같은 투자판에 뛰어들어 성공하면 백만장자가 되고 실패하면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투자를 꺼려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주식회사이다. 수익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실패했을 경우에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선배 투자자들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 냈다는 의미이다.

 

이 쯤에서 떠오르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침팬지 실험'이다.

비어 있는 방에 침팬지 다섯 마리를 넣는다. 방 가운데에는 사다리가 세워져 있으며 그 꼭대기에는 바나나가 놓여져 있다.

그들 중 한 침팬지가 바나나를 발견하고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침팬지가 바나나에 접근하면 천장에서 찬물이 나와 침팬지를 아래로 떨어뜨린다. 나머지 침팬지들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바나나를 얻어보려고 하지만 찬물만 뒤집어 쓴 채 모두 실패하고, 다섯 침팬지는 모두 바나나를 먹겠다는 생각을 포기한다.

이번에는 천장에서 찬물이 나오지 않도록 해두고 물에 젖은 침팬지 한 마리를 내보낸 후, 새로운 침팬지 한 마리를 들여보낸다. 이 녀석도 사다리 위에 있는 바나나를 보고 달려들지만 나머지 네 마리의 침팬지가 적극 만류한다. 어차피 올라가봐야 찬물만 뒤집어 쓸 것이 뻔하니 새로운 침팬지를 위해 말리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침팬지는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바나나를 향해 돌진한다. 결국 1:4의 싸움이 벌어지고 새로운 침팬지는 흠씬 두들겨 맞게 된다.

물에 젖은 침팬지 한 마리를 방에서 추가로 내보낸 후 새로운 침팬지를 한 마리 더 들여보낸다. 그러자 조금 전에 두들겨 맞았던 침팬지가 새로 들어온 침팬지에게 달려들어 때리기 시작한다. 제 나름대로는 새로 들어온 침팬지를 때리는 것이 이 곳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새로 들어온 침팬지는 사다리와 바나나는 볼 새도 없이 영문도 모른 채 두들겨 맞는다.

그리고나서 최초에 있던 나머지 세 마리의 침팬지도 새로운 침팬지로 한 마리씩 교체해준다. 기존에 있던 침팬지들은 새로운 침팬지가 들어올 때마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두들겨 패준다. 신고식은 갈수록 난폭해지며 여럿이 무리를 지어 한꺼번에 덤비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바나나는 여전히 천장에 매달려 있고 사다리는 그 곳에 놓여 있다. 하지만 다섯 마리 침팬지는 찬물 세례를 당한 적도 없으면서 바나나와 사다리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다. 이들의 관심사는 방문을 열고 새로 들어올 침팬지에게 고정되어 있으며 열과 성을 다해 때려줄 생각만 머리 속에 가득하다.

'이 실험은 한 기업에서 나타나는 집단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위의 내용이 바로 침팬지 실험이다. 최초에 그 행동을 왜 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아무 생각도 없이 하던 행동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혹시 우리도 침팬지와 같지 않은가' 대해 한 번쯤 고찰해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재테크를 하기 위해서 투자금을 들고 주식판에 뛰어들긴 했는데 그냥 남들이 하는 대로, 앞으로 전망이 좋다니까, 5년 안에 10배 간다니까 투자를 하고 있었는지 따위에 대해 냉철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주식회사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분산하고 장기적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투자 시스템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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