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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을 끝으로 당분간은 P2P투자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글을 쓸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최근 연달아 터지는 사태에 대해 한 때나마 P2P에 투자했었던 투자자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에 글을 써보려 한다.

2018/05/21 - [P2P 투자 이야기] - P2P투자를 마감하며 나의 투자내역 되돌아보기

 

나도 두시펀딩에게 당하기 전까지는 P2P투자의 위험은 피할 수 없는 요소이며, 투자자의 분석능력으로 최소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오리펀드와 더하이원펀딩의 대규모 먹튀 사건을 통해 나의 이 생각은 허무맹랑 그 자체였음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

처음 P2P투자에 입문할 때에 나의 계산 속에 '업체'가 '사기꾼'일 거라는 계산은 없었다.

이것이 나의 가장 큰 실수였다.

 

 지금도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P2P대부중개업을 하는 업체들도 많이 있을 것이나 이 업계는 사기꾼들에게는 정말이지 파라다이스 그 자체이다. 고객이 투자한 돈은 업체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내역을 고객에게 공지할 의무가 없다. 이 얼마나 황당한 소리인가!? A라는 대출자에게 빌려준다고 해놓고 B에게 빌려줄 수도 있으며, C에게 공짜로 줄 수도 있다. 또는 본인이 아이스크림을 사먹어도 된다. 왜냐? 그렇게 해도 고객들에게 공지하지 않아도 되며 들킬 염려도 거의 없다. 이것이 P2P투자를 투자라고 부를 수 없는 첫 번째 문제이다.

두 번째 문제는 P2P업체는 고객이 투자한 돈을 다시 고객에게 반환해 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고객의 투자금액이 만원이든 100억이든 관계가 없다. 다시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이와 같은 경우에 투자자 입장에서 업체에게 민형사적 책임을 지게 하고 처벌을 받게 할 근거를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다. 고객이 투자한 돈은 언제까지나 '추심'이라는 명목하에 계속 묶어둘 수 있다. 또는 회사가 어려워진 경우에 '최초에는 선량한 의도로 사업을 시작했더라도' 언제든 사기꾼으로 돌변하여 투자자의 돈을 모두 인출해서 잠적할 수도 있다.

바로 여기에서 세 번째 문제가 도출된다. 투자자의 투자자금은 보호받지 못한다. 대부업법에 따라 원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투자한 투자자금이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펀딩회사 임직원이 자유자재로 인출할 수가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도 P2P에 투자를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A라는 펀딩회사에 투자자가 투자금을 입금하면 이 투자금은 펀딩회사의 횡령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두시펀딩, 오리펀드, 더하이원펀딩의 사태에서 지켜봤듯이, 그들의 개인계좌로 간단히 인출이 가능한 구조이다. 즉, 너무나도 허술하다는 이야기이다. 말이 좋아 핀테크 시대의 금융혁명이고 새로운 재테크이지, 실상은 구멍가게보다도 못한 수준의 재무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물론 지금도 성실하게, 열심히 영업하는 P2P업체들도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와 법령으로는 이들 업체들도 언젠가 회사가 어려워지면 '비자발적 사기꾼'이 될 수도 있는 게 P2P투자의 현실이다. 원금을 단 1% 라도 보장해주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돈을 빌려주고 난 후에 채권이 발행되서 투자자들 간에 채권을 사고 팔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투자자들이 업체의 '사기 행위'를 알고서도 처벌 규정과 증거가 없어서 사기꾼이 내 돈을 들고 나를 실컷 농락한 후에 유유히 잠적하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최선의 행동이 된다.

지금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P2P투자를 권유했던 것을 깊이 반성하고 후회한다. '최소한 내가 1~2년은 투자해보고 투자의 장단점을 확실히 분석한 후에 소개를 해주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를 한다. 그리고 제2 제3의 펀듀, 두시펀딩, 오리펀드, 더하이원펀딩 과 같은 사기 사건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많은 투자자들의 피땀흘려 번 소중한 투자금이 검은 의도를 가진 사기꾼들에게 더 이상 흘러들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 P2P투자는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임직원의 도덕적 부패로부터 투자금을 분리할 수 있으며, 확실한 관련 법안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굳이 투자금을 들고 기웃거릴 필요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이 새삼 뼈저리게 다가온다.

투자의 제 1원칙 : 투자금을 절대 잃지 않는다.

투자의 제 2원칙 : 1원칙을 무조건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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