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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P2P투자라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공부하고,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하면서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투자처를 발견했다는 기쁨이 있었다. 잘 몰랐던 부동산 용어들에 대해 찾아보고, 돈을 빌려주고 갚는 메커니즘에 대해 공부하며 이런 투자방법을 여태 몰랐다니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물론 지금은 모두 과거의 이야기이다.

내 인생에 P2P투자는 이제 "욕망에 눈이 멀어 리스크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흑역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예전에 피터린치가 어떤 연설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냉장고를 살 때는 카달로그를 열심히 찾아보고, 차를 구입할 때도 주변에 자문을 구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비교, 분석하지만 자신이 평생 모은 전재산을 투자하는 '주식'에는 이 정도 노력도 안한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나지만, 요지는 주식투자에 대한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주식으로 돈 벌 생각만 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팩트폭력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P2P투자를 할 때, 피터린치의 조언을 기억해냈어야 했는데... 불행히도 나는 그러지 못했었다.

눈앞에 보이는 높은 수익률에 현혹되어 초심을 잃고 점점 리스크에 무감각해졌고, 어느새부터인가 P2P업체에 내 자산의 많은 비중을 밀어넣고 있었다. 결국 두시펀딩을 시작으로 아나리츠 등 그 당시 소위 '잘 나갔던 기업'들이 줄줄이 먹튀를 하면서 내가 P2P로 한 달, 한 달 열심히 모았던 돈은 순식간에 공중분해가 되었고, 그 때 느꼈던 허탈감은 아마 내가 평생동안 투자를 하면서 열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그 이후로 부동산투자와 주식투자의 안정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으며, '구관이 명관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물론 지금도 철저한 분석과 리스크 관리로 P2P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자산을 키워가는 투자자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P2P투자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법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때까지는 거들떠도 보지 않을 생각이다.

뜬금없이 P2P투자에 대한 글을 하나 남겨놓는 이유는 블루문펀드 때문이다.

내가 투자를 시작한 이후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업, 지금도 내가 투자했던 물건들 때문에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서 여러 말들이 오가는 업체이기도 하다. 금방 돌려줄 것처럼 말했던 고성레이크오션 호텔 투자는 1년이 넘도록 원금회수는 커녕 이자 지급도 안되고 있다. 하지만 돈을 빌려갔다는 호텔은 멀쩡하게 영업을 잘하고 있다. 내가 채무자라면 20%가 넘는 연체이자를 물어주느니 빌린 돈을 빨리 털어버릴 것 같지만, 세상 사람이 모두 나와 같지 않고 그들의 생각은 또 다를 수 있으니 업체의 설명을 들으며 한 달, 한 달 기다린 것이 어느새 1년 6개월이 넘어버린 것 같다.

상환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1달 후면 이자 지급을 포함한 모든 대출금의 상환이 완료된다는 그들의 말을 한 달에 한 번씩, 열 번도 넘게 듣다보니 어느샌가 내성이 생겨서 다음 달에 원리금을 다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어도 이제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그래도 몇 달 전에는 '곧 받을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제발 사기당하는 것만 아니었으면..'으로 바뀌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도 못 받으면서 채무자에게 어떠한 조치를 취하거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현재의 P2P투자 시스템 하에서 채권자는 철저한 을이다. 그래서 혹시나 주변에 P2P투자에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처절한 조언(?)이랄까..

 

 

그러던 중, 내가 투자했던 당진B동 이라는 물건에서 여차저차해서 배당금이 나왔다.

말이 좋아 배당금이지 5만원 남짓한 돈으로 한 달치 이자만큼도 안되는 금액이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이렇게라도 5만원을 받고 나니, 곧 당진B동에 투자한 나머지 투자금도 회수가 될 것 같고(사실 구조적으로 당진B동 투자금의 100% 환수는 매우 어렵다.) 이어서 고성레이크오션호텔에 넣은 투자금도 언젠가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괜한 기대감에 휩싸여 버렸다.

또한, 두시펀딩, 더하이원펀딩, 아나리츠 등 1~2년 전에 블루문펀드보다 많은 투자자들을 모집했었던 업체들이 모두 크게 한탕하고 튀었거나 튀다가 잡혀버린 마당에 꿋꿋이 버티고 어떻게든 일처리를 해서 소액이나마 경매 낙찰을 통해 배당금을 받아온 블루문펀드가 한없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만일 언젠가..... 내 투자원금이 모두 회수되는 '그 날'이 오면 블루문펀드 담당자에게 뭐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만 같은 묘한 느낌이었다.

 

P2P투자를 하고 난 후, 나의 자산은 하기 전보다 더 줄어있었다..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래도 이 투자를 해보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았을 때 P2P투자를 통해 얻은 몇 가지를 정리해두려고 한다.

 

1.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 이건 진짜다. 레알 트루 사실이다. 높은 수익률 뒤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배웠다.

2. 정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있는 삶은 정말 여유롭다.

 → 수많은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월세, 배당, 이자>에 왜 그토록 열광하는지 잠시나마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P2P 이후로 나는 부동산과 배당주 투자에 더욱 많은 애착과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3. 제도권안에 들어오지 않은 투자수단은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 P2P투자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이다. 투자자 보호장치도 없을 뿐더러 기업의 재무제표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비트코인 투자를 떠올려보면 비슷한 처지이다. 코인투자도 거래소가 먹튀하면 끝이다. P2P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거나 엉터리로 조작한다면? 주식시장에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쳤을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내 투자금은 무사히 내 품으로 돌아오고,

블루문펀드는 성실히 영업해서 상장기업이 되고,

나는 블루문펀드의 주주가 되고,

밑져야 본전이니까 간절히 원해본다.

내가 블루문펀드의 주주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P2P 투자 이야기] - P2P투자를 마감하며 나의 투자내역 되돌아보기

[P2P 투자 이야기] - P2P투자와 블루문펀드(사람 일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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