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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이 별로 좋지 않다. 곧 3000을 넘을 것 같던 코스피지수도 다시 십년 박스권 안으로 다소곳이 들어앉으려는 모양새다. 분명히 국내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은 우리 나라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만 같았다. 트럼프가 중국을 때리기 전까지는....

삼성, SK하이닉스를 원투펀치로 내세우며 우리 나라 대기업들의 실적은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무드 연출도 국내 시장 상황에 충분히 호재로 작용할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동안 중국에 대해 벼르고 벼르고 벼르고 벼르던 미국이 트럼프를 내세워서 중국 때리기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무역전쟁'. 일단 '전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무시무시하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전세계 증시가 마치 유행이라도 타는 듯이 너도나도 하락에 폭락을 거듭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이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듯 미국의 트럼프는 연일 중국을 향해 맹공을 퍼부을 기세였다. 관세 폭탄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 이 전쟁의 끝은 언제가 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불확실', 투자자들이 참 싫어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주식시장에는 아래와 같은 말이 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정해지지 않은 것, 어떻게 될지 잘 모르는 것 등등 시장은 불투명한 것을 참으로 싫어한다. 그래서 뭔가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주가가 매우 불안정하며 방향은 대체로 하방을 향한다.

아래의 그래프는 2016년 6월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이다. 6월 초에 2050포인트 돌파를 시도하다가 돌연 경로를 바꾸어 6월 말 즈음에 1800포인트 선까지 강하게 하방으로 밀려난 모습이 보인다. 그 후, 반등이 강하게 나오면서 7월부터 상승이 시작되어 전고점을 돌파한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2016년 6월에 코스피에 무슨일이 있었길래 200포인트가 순식간에 날아갔던 것일까?

정답: 영국의 브렉시트.

2016년 6월 23일 영국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EU를 탈퇴하기로 결정했던 날이다. 갑자기 2년 전의 사건을 가지고 온 이유는 지금의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도 시장에 참여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이 날을 기억할 것이다. 거의 모든 종목들이 대 바겐세일에 들어갔었다. 도대체 어떤 종목을 주워야 잘 주웠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이 되서 주식을 못 살 정도로 '누가누가 많이 하락하나' 내기를 하던 날이 바로 2016년의 6월 24일 우리 주식시장의 모습이다.

이 때의 분위기도 지금과 비슷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전세계 금융권에 마비가 오고 그 직격탄이 대한민국으로 날아와 우리 경제도 휘청거릴 것이라고 언론에서 온갖 전문가(?)들이 침을 튀기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국민들에게 호소하던 시절이다. 결과는? 우리가 보고 있는대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그 순간에만 어마무시한 공포와 하락이 있었을 뿐, 그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금 평온을 되찾고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 당시에 영국이 브렉시트를 하느냐 마느냐는 시장에게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다. 시장에게 중요했던 것은 브렉시트를 하든 안하든 어느 한 쪽으로 방향이 결정되는 것 그 자체였다. 이유는?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한다더라. 그렇다면 진짜 할 것인가? 어느 정도 규모로 무역전쟁이 벌어질 것인가? 언제 이 전쟁은 끝이 날 것인가? 이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이 그 동안 '불확실'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오랜만에 잘 나가던 국내 증시도 미중무역전쟁 앞에서 맥없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브렉시트 때와 마찬가지로 200포인트가 넘는 주가가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증발해버렸다. 그리고 2018년 7월 6일. 트럼프가 중국에게 가하는 보복관세의 규모가 발표된다. 그러면서 거짓말처럼 시장은 반등을 도모한다. 중국도 미국의 관세부과 발표에 맞서서 트럼프의 지지층을 겨냥한 보복관세 부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불확실했던 사건들이 '확실'하게 해결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아직 이 무역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확실한 존재 몇 가지를 제거한 것만으로도 시장은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그래서 투자자들도 시장과 함께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불확실성이 팽배할 때는 주가가 정신을 못차리기 때문이다. 우리 시장참여자들은 이렇게 또 하나의 위기를 맞이하고 대응해가면서 한 가지 사실을 마음에 되새긴다.

'시장이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면 그것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굳이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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