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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한창 무덥던 7월의 어느 날, TV 뉴스에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만한 내용이 등장했다.

이름하야 보!물!선!

싯가 150조원 상당의 금화와 금괴가 실려있는 선박이 울릉도 바닷가 어딘가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배의 이름은 '돈스코이호'.

러일전쟁이 벌어지던 시기에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배이다. 이 배에 수많은 금화와 금괴가 실려있다는 소문은 수십년 전부터 종종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사실로 밝혀진 바는 없다.

 

최근 신일그룹이라는 기업에서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겠다고 나선 것이 뉴스에 보물선 이야기로 등장한 것이다. 150조원의 보물이 배 안에 잠들어있다는 것도 신일그룹 측의 주장인데, 이런 뉴스를 여과없이 국민들에게 내보내는 언론들의 속내도 자뭇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전국방송 뉴스에 소개된다는 것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만일 진짜로 150조원에 달하는 보물이 침몰된 배 안에 함께 수장되어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것이 허황된 주장일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다.

투자자?? 그렇다. 신일그룹은 이 배를 인양하기 위한 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자들에게 조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투자금 확보의 목적으로 발행한 '신일골드코인'이라는 가상화폐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이다. 게다가 신일그룹이 설립한지 6개월도 되지 않은 회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과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습이다.

사실 돈스코이호를 인양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0여년 전에 침몰한 이후로 이 배를 인양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있어 왔다. 최근에는 1990년대에 동아건설이라는 업체에서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기 위해 국가로부터 허가까지 받고 작업에 착수했으나 몇 년간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회사는 부도를 맞이하고 그렇게 돈스코이호 인양 작업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동아건설이 돈스코이호를 찾아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며, 300원대에 머물러 있던 주가가 3000원 대로 10배 가량 폭등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소문을 통해 이득을 취한 자들과 손해를 본 자들은 과연 누구였을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이번 신일그룹의 돈스코이호 인양에 한데 묶인 연관주도 있다.

'제일제강'

아래는 제일제강의 차트이다. 주식 투자자라면 차트를 보는 순간 뭔가가 머릿속에 스쳐지나가지 않을까 싶다.

 1,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공교롭게도 돈스코이호에 관련된 기사와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 5,400원의 고점을 찍고 지금은 다시 원상복귀한 모습이다. 저 차트에서도 대박의 부푼 꿈을 안고 소중한 투자금을 투자했던 개미들의 눈물이 느껴져서 마음이 참으로 불편하다.

 

150조원 이라는 액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단 한번도 구경하지 못할 가능성이 100%에 가까운 거액이다.

굳이 숫자로 표현하자면

150,000,000,000,000원

요즘 핫한 서울의 30평대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무려 15만채나 구입할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아직 사실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만일 정말로 돈스코이호에 150조원에 달하는 보물이 잠자고 있다면?

신일그룹 같은 자본금도 없는 햇병아리 기업이 투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뛸 기회가 있을까?

우리 나라에서 돈냄새를 가장 잘 맡는 대기업들이 먼저 선수를 치는 바람에 나머지 기업들은 어떻게 해볼 기회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모든 투자에는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기회가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된다면 투자를 실행에 옮기고, 위험이 기회보다 크다고 판단된다면 투자를 보류해야 한다.

보물선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낭만적이고 멋있어보이는 투자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보물이 실제로 존재할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그렇지 않을 경우에 떠안게 되는 손실을 비교해본 후, 그래도 투자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 투자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돈스코이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만화에서 보던 보물들이 차고 넘치는 보물선을 구경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될까? 아니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닷속에서 부식되어버린 고철덩어리만 보게 될까?

소중한 투자금을 투자하기에 앞서 늘 한 번 더 고민하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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