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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어둠의 시간이 지나가고 미국 나스닥은 거의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고 그 밖의 지수와 다른 국가들의 증시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그 와중에 원유 선물 가격은 사상 첫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며 나홀로 생지옥을 구경하고 왔다.

우리나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원유 선물 가격이 -37달러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엄청난 이슈거리였고, 원유 선물과 선물 ETF를 거래하는 투자자들에게 포지션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게도 해주었다.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크나큰 고통의 시간을 겪었으며,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용감한(?) 선택에 대해 두둑한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투자에 대한 약간의 생각 변화가 생겼기에 그것을 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레이 달리오의 4계절 포트폴리오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다양한 투자상품에 관심이 많아서 주식, 채권, 원자재ETF 등에 나누어서 자산을 넣어놓았다. 물론 주식에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실어놓았고, 그 다음이 채권, 마지막으로 원자재ETF에 소액의 투자금이 들어가있다.

이번에 원유 선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현물 가격도 덩달아 폭락했었고, 지금의 가격은 비정상적이라 판단하여 기존보다 원유ETF에 대한 투자금을 더 늘렸었다. 수수료 같은 부분을 제하더라도 원유 가격이 15불에서 30불로 가면 100%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45불로 가면 200%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에 싸게 사놓고 일정 기간 기다리기만 하면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투자였다.

But...

하지만 "역시는 역시"이고, "개미는 개미"였던걸까.

내가 투자한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 원유선물(H)"인데, 얘네들이 갑자기 롤오버를 진행해서 월물교체를 해버리고 이 사실을 사후에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다.

자산운용사에서는 투자자들의 추가적인 손실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유가가 상승하여 수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허탈함을 느끼며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주가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진실은 저 너머 어딘가에 있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언가 모를 찝찝함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을 법한 상황이었다.

원유 선물 가격이 저세상 가격이었기에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원자재가 있었으니 바로 천연가스이다.

원유 가격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갈수록 석탄 수요가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클린한 에너지인 천연가스 수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천연가스 ETN을 포트에 소량 담아두고 있었고, 현금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천연가스 가격 기준으로 2.5불 언더에서만 매수했기에 내 포지션에 대해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어쨌든, 원유든 천연가스든 생산원가가 있고 판매를 하려면 원가보다는 높아야 하기에 원자재 가격은 함부로(?) 폭락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허접한 논리의 근거였다.

but..


"바닥 밑에 지하실 있어요"
라는 소리를 못들은 죄로 천연가스 가격이 역대급 초저가로 내려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2.5불 언더 지점은 바닥권이니 언제든 치고 올라오는 지지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저 착각에 불과했다.
바닥권에서 물을 타놓았지만 그래도 2불은 넘겨줘야 수익권에 들어올텐데, 그 날이 언젠가는 올까?

 
이 글을 쓰는 5월 20일 현재, 원유 etf는 다행히 생각했던 수익권에 진입해서 매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천연가스 etn은 쪼끔 올라오긴 했지만 아직 매도할 수 없는 구간이기에 그저 기다리는 중이다.

주식을 싸게 사려면 일시적인 악재로 주가가 좀 내려주길 바라는 것처럼, 원자재 etf를 비싸게 팔려면 경제가 좋아져서 원자재 수요가 많아지길 바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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