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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3일 금요일, 주식쟁이들에게 두고두고 기억될 우리들만의 블랙프라이데이.

어젯밤, 미국 시장이 다시 한 번 시원하게 폭락했고 오늘 아침, 국내 주식 시장도 열렬히 화답했다. 미국, 유럽, 우리나라 가릴 것도 없이 사이드카, 서킷 브레이커가 심심하면 터져대는 바람에 평소에는 보기 힘든 이 두 녀석이 굉장히 흔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서킷 브레이커가 걸렸다고 해도 '응, 또 걸렸구나. 이 지겨운 녀석' 정도의 반응만 해 줄 수 있을 뿐이다.

내가 개미고, 개미가 나인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른 투자자이기에 내가 가진 마음가짐을 평범한 다른 투자자들도 많이들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하며 시장을 대하려고 한다.
이쯤 되었으면 어떤 의미로든 심장이 두근댈 법도 한데, 희한하게도 아무 반응이 없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평화롭고 별 생각이 없다. 그러면 대부분의 개미투자자들도 비슷할거란 생각으로 오늘의 수급현황을 찾아봤다.

 

 

장중최저치 1,680 포인트를 찍은 상황인데 개인은 또 꿋꿋이 샀다. 다들 철저한 분할매수의 원칙을 지키고 있거나 여기가 저점이라는 생각으로 돈을 빌려오지 않았을까 싶다.

하긴 나도 계속 사고 있는 평범한 개미의 입장으로, 1,600을 구경하면서도 심장이 전혀 나대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문득 뒤통수가 쎄---한 느낌이 든다.

'여기가 바닥이 아닌가....???'

이 대목에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합리적인 의구심이라 해도 될 것 같다. 대폭락 사태가 온 후에는 개미들의 투매가 나온 후에 반등이 시작되었다는 과거의 기록을 들추어보더라도, 외국인의 매수세와 코스피 상승세 간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는 차트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여기가 찐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개미 그 자체이기에 이번에도 내 예측은 보란듯이 빗나갈 수 있다. 여기를 바닥으로 찍고 다시 반등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은 분명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구간은 맞다. 외국인들이 연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며 런을 하고 있는데 당장 내일부터 다시 매집하는 그림이 상당히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럴거면 외국인 입장에서 봤을 때, 코스피지수 2,000부터 1,700까지 주구장창 팔아제낀 보람(?)이 전혀 없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는 공매도라는 '전가의 보도'가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만약 외인들이 글로벌 패닉장에서 자기들만 할 수 있는 공매도로 국내 시장을 누르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면, 그렇게 챙겨간 이익으로 지금부터 다시 국내 주식을 주워담아도 전혀 손해가 아니기에 한 번 쯤은 음모론을 제기해봄직도 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장 다음주부터 떠나갔던 외인들이 돌아와도 납득할 수 있다.

현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만지작거리고 하나씩 규제책을 던지며 시장과 투자자의 반응을 살피고 있기에 이번 폭락장을 계기로 공매도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차입 공매도이든, 무차입 공매도이든 할거면 다같이 하고 아니면 다같이 안하기로 규칙을 딱 정하면 '한국 주식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오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우리 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글을 쓰다보니 미국 선물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국내에서는 연기금이 큰 손으로 등장했다는 소식에 오전의 폭락분을 상당부분 만회하며 장을 마감하였다. 아마 오늘 유럽과 미국이 큰 폭의 반등을 하고 나면 다음주 월요일 우리 시장도 비슷한 수준으로 반응하겠지 싶다.

그렇게 되더라도 어차피 많이 떨어지면 어느 정도 반등해주는 게 이 바닥의 불문율같은거라 당장 추세가 바뀌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것보다는
1.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추세
2. 각국 정부의 금리 정책 및 경기 부양책
3.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증가
4. 외국인과 기관이 싼값에 물량을 털어가기 위해 개미들의 투매를 유도하는 전략
등을 살펴보며 최대한 기계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20년 후에 자녀들에게 2020년 3월에 있었던 일을 맥주 안주삼아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오리라 믿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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