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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여부를 이야기하거나 한 기업의 실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이야기 할 때에 언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에 '기저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이 '기저효과'라는 용어의 의미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저효과(Base effect)

'특정한 시점의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어느 시점을 비교의 기준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특정한 시점의 경제상황'을 각기 다르게 해석하는 현상을 말한다.

살면서 참 자주 느끼는 바이지만, 사전적인 의미는 한 번 읽고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 예를 들어 '기저효과'를 설명하자면,

2018년 12월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단순하게 무역수지가 100억 달러 흑자라고 하면, 이것을 두고 경제가 좋은건지 나쁜건지도 잘 모르고, 과거에 비해 좋아지고 있는 것인지 나빠지고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자료를 기준 삼아 들고 와서 현재의 시점에 비교해가며 평가한다.

바로 이것이 기저효과를 사용하는 예이다.

만일 2017년 12월에 무역수지가 150억 달러 흑자였다면,

2018년 12월 현 시점은 1년 전에 비해 50억 달러 흑자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혹은 2016년 12월에 무역수지가 50억 달러 흑자였다면,

2018년 12월 현 시점은 2년 전에 비해 50억 달러의 흑자규모 상승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비교 시점을 언제로 삼느냐에 따라 현재의 경제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을 기저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실제로 삼성전자라는 종목을 예로 들어, 실제 기저효과를 활용하는 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래는 삼성전자의 최근 3년간 실적 현황을 나타낸 표이다.

붉은색 사각형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을 나타내는 수치이며, 일단 기업이 장사를 잘하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려면 이 두 가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표에서 좌측의 '연간 실적'을 보았을 때, 눈에 띄는 부분은 2016과 2017년의 차이이다.

2015, 2016년에는 영업이익이 각각 26조, 29조원 가량으로 비슷했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서 2017년, 2018년에는 영업이익이 각각 53조, 61조원 가량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우리가 경제부 담당 기자의 입장이 되어서 삼성전자에 관한 기사 제목을 뽑고 내용을 작성하려고 한다면, 먼저 어떤 관점에서 글을 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관점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현 시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국민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려는 목적

2) 현 시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주려는 목적

 

삼성전자의 2015~2018년까지의 실적은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미 결정되어져 있으며(2018년은 추정치), 지금에 와서 누군가가 그 실적을 바꾸거나 조작할 수 없다. 이렇듯 같은 사실을 두고도 목적에 따라 글이 정말로 달라질 수 있을까?

먼저 1)의 관점에서 글을 쓰자면, 현 시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즉, 삼성전자라는 기업을 한없이 너그러운(?) 관점으로 접근해서 바라봐야 하며, 글에도 긍정적인 어휘들이 담길 것이다.

★ 긍정적인 사실

  -사실1 : 매년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대부분의 지표가 상승을 하고 있다.

  -사실2 : 주당배당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부터 매년 삼성전자의 매출액, 영업이익, 배당금 등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증가한 이익의 규모가 아니다. 단지 '이익이 증가했다.' 라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한 셈이다.

 

▷ 예상되는 기사의 제목

 * 삼성전자, 3년 연속 사상최고 매출액 경신

 * 지난 3년간 배당금 200% 이상 증가한 삼성전자, 내년에도 배당잔치?

 

위와 같이 기사 제목을 뽑고, 제목에 어울리는 내용을 넣는다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며, 주식을 1주라도 더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다음으로, 2)의 관점에서 글을 쓰자면 삼성전자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당연히 글의 제목과 내용에도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어휘들이 다수 포진하게 될 것이다.

★ 부정적인 사실 및 예상

 -사실1 : 2017년 이후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의 상승률이 둔화되었다.

 -사실2 : 주당배당금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시가배당률과 배당성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예상되는 기사의 제목

 * 삼성전자, 전년 대비 이익증가폭 하락. 내리막의 신호탄인가?

 * 이익은 늘었지만 주주에게 돌아오는 몫은 쥐꼬리만큼. 최고 매출액 경신에도 삼성전자 주주들은 웃지 못했다.

 

실제로 2016년에서 2017년 사이에는 24조원의 영업이익 증가가 있었지만, 2017년과 2018년 사이에는 영업이익이 9조원 가량 증가했다. 9조원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2017년에 비해서는 이익증가폭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므로, 위와 같이 '이익 증가폭 하락' 이라는 문구를 사용해서 무언가 삼성전자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접하는 신문의 기사와 사설, TV 뉴스 등에는 그것을 제작한 사람들의 '의도'가 담겨 있다.

그 사람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사실(진실)을 왜곡하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해석을 덧붙인다.

그리고 바로 이 해석을 할 때 흔히 사용하는 것이 '기저효과' 이다.

오늘 내가 무심코 읽었던 기사를 다시 찾아 읽어보고, 이 사람이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와 전하지 않으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한 번쯤 고민해보면 어떨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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