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휴전, 더 큰 싸움을 위한 휴식? 종전으로 가는 출발점?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주식투자자들에게 2018년을 대표할만한 이슈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미국-중국 무역전쟁'을 첫 손가락에 꼽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G2라고 불리며 전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나라의 다툼이 우리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무시할 수도 없는 큰 사안이기에 이번 휴전 선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향후 90일간 무역전쟁을 휴전하기로 합의에 이르렀다.

이들이 일명 '무역전쟁'을 시작하고 휴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철없는 고등학생들이 싸움 서열 1등을 정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주변 친구들에게 민폐 끼치는 건 생각도 않고 자기들 내키는대로 물건도 던지고 주먹도 주고받으며 교실 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모습. 서로 신나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주고 받다 보니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아까 맞은 얼굴은 멍도 든 거 같고...일단 조금 쉬었다가 다시 싸울지 말지 생각해보자고 합의하는 모습.

괜히 옆에 앉아있다가 짱이 던진 의자에 맞아서 코피가 터져도 아야 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하는 모습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들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서로간에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고 물밑에서 힘겨루기를 하기 위해 '휴전'이라는 선택을 했지만 아직까지 전세계 G1은 이견의 여지 없이 미국이다. 그러므로 싸움을 잠깐 멈추는 것도 미국이 하고 싶어야 가능한 일이며, 중국이 미국에게 어떤 식으로든 꼬리를 내리는 제스쳐를 취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즉시 확대하기로 했으며,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인하하기로 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진핑 주석과의 오찬을 극찬하며 이번 휴전 협정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문제삼고 있는 지적재산권이나 기술이전 등의 문제는 지난 수 년에 걸쳐 해결하지 못했던 사안으로 과연 90일 안에 양측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이 원하는대로 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므로 중국 측에서도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지 않을까 한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지속하면서 안게 되는 손해가 클 지, 미국과 무역전쟁을 종전하고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들어줄 때의 피해가 더 클 것인지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본 후에 최대한 자국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대미 협상의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중 무역전쟁의 양상에 따라 두 나라 증시도 널뛰기를 하고 있으며, 이 여파는 전세계로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오찬이 만족스러웠다는 한 마디를 날리자마자 전세계 주식이 일제히 상승했으며, 협상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식시장이 동반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협상에 임하는 태도와 미국의 만족도(?)에 따라 협상의 결과가 정해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협상이 결렬된다면 미국은 중국에 추가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할 것이고, 중국도 질세라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특히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영국의 브렉시트 사건에서 배운 교훈이 있다. 아무리 큰 이슈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람들에게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혹여나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되면 단기적으로 주가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브렉시트가 그랬듯, '둘이 싸우던지 말던지..'의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물론 협상이 잘 되어서 G2가 다시 손잡고 사이좋게 잘 지낸다면 현재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는 국내 증시에도 상승의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전세계의 리더라고 자부하는 국가들이라면 그에 걸맞는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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