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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바보들의 심리학

토오루☆ 2017. 12. 4. 09:18

책 제목 : 바보들의 심리학(세상이 가르쳐준 대로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지은이 : 옌스 푀르스터

옮긴이 : 장혜경

 

책의 제목과 부제가 눈길을 끌었던 책이었다. 인간 집단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여러 가지 실험과 사례를 통해 독자에게 소개해주고 있다. 옌스 푀르스터라는 지은이 스스로가 유년 시절 겪었던 편견에 대한 경험담을 시작으로 성인이 된 현재까지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심리학이라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학문에 관한 책임에도 '심리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나같은 독자도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살면서 '00을 하지 마라.', '000을 생각하지 마라.'와 같은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지은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와 같은 '생각의 금지'는 부메랑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딸기에 대해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 라고 이야기 한다면 그 사람은 딸기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어쩔 수 없이 딸기라는 단어와 이미지가 머릿 속에 맴돌게 된다. 만일 정말로 그 사람이 딸기에 대해 생각하지 않도록 유도하려면 차라리 '비행기에 대해 생각하세요.'와 같이 전혀 다른 생각을 유도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실제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는 곳에서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별하지 마세요.', '편견을 가지지 마세요.'라는 구호는 머릿 속에서 차별과 편견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못하도록 오히려 붙잡아두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보다는 '다함께, 더불어, 우리, 모두' 등의 단어를 활용하여 차별과 편견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보다 더 효과적인 구호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지은이는 편견에 대해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먼저, 편견은 인간이 합리적이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교육수준이 높고, 지능이 발달하고 공정한 사람이라도 편견을 가지게 되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늦은 밤, 뉴스속보에 이슬람 출신 무장테러단이 자폭테러를 감행했다는 뉴스를 본 사람이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잠시 집 밖으로 외출을 한다. 그런데 편의점 앞에 이슬람 출신으로 보이는 남성 3명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순간적으로 아까 시청했던 뉴스와 내가 방금 만난 사람들을 한 집단으로 연결시키며 나도 모르는 불안감을 가질 확률이 높다. 지구 반대편에서 테러를 자행한 집단과 내가 지금 만난 사람들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그 가능성 또한 매우 희박하지만 순간적으로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내가 그 집단에 가지게 된 편견이 나의 감정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편견은 소통을 돕기도 한다. 편견이라는 것은 한 집단에 대한 소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인을 바라볼 때, 한국인이라는 소속감을 가지고 일본인을 바라본다. 이것은 미국인이 바라보는 일본인과 아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며, 독일, 프랑스 어떤 나라를 대입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그래서 한국인은 종목에 무관하게 '한일전' 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친다. 특정 국가에 대한 비슷한 생각이 한국인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소통의 창'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글의 말미에 편견과 고정관념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아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은 독자들 역시 아마 여기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집단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지 정도는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편견과 고정관념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더 공정한 자세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은이가 독자들에게 바란 것이 이러한 노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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