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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자들은 거래량이 너무 적은 종목은 가급적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거래량이 적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한다는 의미가 되므로 그 자체로 투자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 또한, 매수를 하려고 해도 매도호가에 쌓인 물량이 많지 않아서 원하는 수량만큼 매수하기도 힘들고, 목표 가격에 도달해서 매도하려고 해도 매수대기물량이 없어서 몇 호가 낮은 가격에 매도해야 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거래량이 적다는 이유로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를 당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유화증권'이라는 종목은 극히 낮은 거래량으로 인해 회장이 연간 수십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하여 상장폐지 조건 충족을 막기도 하였다.

ETF에도 KODEX200 이나 KODEX 레버리지 등과 같이 시장의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하루 100주도 채 안되는 거래량을 기록하는 종목들도 존재한다. 이 때, 위의 주식거래 상황과 같은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거래를 도와주는 일종의 도우미(?)가 존재하는데, 그 도우미가 바로 LP이다.

 

LP(Liquidity Provider)

LP는 우리말로 '유동성공급자'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존재인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든 아니든, 해당 ETF종목에 관심있는 투자자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ETF를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LP관련 업무는 증권회사들이 관리하며, 매도/매수에 최소 100주 이상의 호가를 제출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의무는 100주이지만 실제로 LP들은 한 호가에 1,000주, 5,000주, 10,000주씩 호가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거래량이 적은 ETF라도 내가 매수/매도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 매매가 가능한 것이다.

주식판에서는 주로 시가총액이 낮은 종목들을 대상으로 세력들의 작전이 들어와서 물량을 매집하고 크게 한탕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해당 종목이 가지는 실제 가치를 단기간 사이에 왜곡시켜서 실제 기업의 가치와 주가 사이의 괴리를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부당 이득을 거두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ETF에서는 LP의 존재로 인해 이와 같은 걱정을 잠시 접어둘 수 있다. ETF도 펀드의 일종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같은 주식들을 매입해서 펀드를 운용하며, 해당 ETF가 가지는 자산이 존재하게 된다. 이 때, 이 자산에서 운용보수를 제하고 남은 순수한 자산을 ETF의 총 주식 수로 나누면 NAV(Net Asset Value)라는 값이 도출된다. 우리말로 '순자산가치'라고 하며, 우리는 ETF를 순자산가치와 일치하는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LP는 ETF의 거래 가격이 NAV와 가장 근접하게 형성되도록 호가를 제출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 세력이 ETF의 가격을 조작할 가능성이 일반 주식 종목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여기서 한 가지 개념이 더 등장하는데, 바로 iNAV(Indicative Net Asset Value), 우리말로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ETF가 매입한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같은 개별종목은 시시각각으로 거래가격이 변하며, 당연히 해당 ETF의 가격도 함께 시시각각으로 변하게 된다. LP는 늘 iNAV에 근접하게 호가를 제출하여 ETF의 비정상적인 매매가격 형성을 억제한다. 어떠한 사유에 의해 일시적으로 왜곡된 가격이 형성되더라도 LP가 iNAV근처에서 다시 호가를 제출하기 때문에 왜곡된 가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위 이미지는 일일 거래량이 약 1천주로 극히 적은 한 ETF종목의 호가 현황이다. LP가 매도/매수호가에 10,000주씩 주문을 제출하고 투자자들이 약간씩 힘을 보태어 호가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일 거래량은 적지만, 투자자가 마음만 먹으면 10억원 어치의 물량을 매도하거나 매수할 수 있도록 LP가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니 거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ETF 투자자 중에서 가끔 10,000주씩 걸려있던 물량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가격 변동이 생기는 경우를 보고 누군가가 물량을 걸어놓았다가 빼면서 장난질(?)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 현상은 iNAV의 변동에 따라 LP가 호가를 수정하여 제출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므로 괜히 찝찝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물론 LP가 호가 관리를 잘못해서 가끔씩 왜곡된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길어야 며칠 내로 가격이 원상복구가 되기 때문에 주식에 비해 조금 더 안정된 투자처가 ETF가 아닐까 한다.

이상으로 ETF에 존재하는 LP에 관한 글을 마친다. 

2017/09/30 - [주식&채권 이야기/ETF&ETN] - [투자 탐구생활]ETF투자 알아보기-1(주식투자의 본질은 무엇인가)

2017/09/30 - [주식&채권 이야기/ETF&ETN] - [투자 탐구생활]ETF투자 알아보기-2(개미투자자가 ETF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2017/10/01 - [주식&채권 이야기/ETF&ETN] - [투자 탐구생활]ETF투자 알아보기-3(개미투자자, ETF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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