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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준금리를 서서히 높여가겠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보내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그 동안 요지부동이었다. 어느 순간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로 동일하게 되었고,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무려 6년 5개월 만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종전 1.25%에서 1.50%로 기준금리가 상승하게 됨에 따라 저금리 시대의 종결을 선언한 셈이 되었다. 지난 수 년간 금리를 점차적으로 인하하며 경기부양책으로 금리인하를 활용하였으나 이제는 그럴 이유가 많이 사라졌다고 보아도 될 듯 하다. 앞으로도 국내 금리인상은 미국의 금리정책을 많이 참고하겠지만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을 들 수 있다. 금리가 경제 정책에 있어서 전가의 보도는 아니지만 돈줄을 쥐었다 풀었다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경제 사정에 따라 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며 긴축정책을 펴기도 하고 경기 부양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지난 정부에서 '빚내서 집사라'를 모토로 전국민을 부동산 투기 열풍 속으로 밀어넣었고, 저금리 시대에 발빠른 투자자들은 소위 '갭투자'를 하며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불과 2-3년 만에 집값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 이상 상승하였으며, 이는 고스란히 사회초년생을 비롯한 젊은 층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선두권을 다투는 저출산 국가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것도 한 원인일 수 있으나 그보다 더욱 큰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 그 중에서도 내 집 마련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결혼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에 결혼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높아진 평균 연령만큼 출산을 할 확률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집을 구입하는데 굉장히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아예 아이를 포기하거나 한 명만 낳아 기르는 것을 선택하는 젊은 부부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 입장에서도 저출산은 쉽사리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국정운영에 사용해야 하는데,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20-30년 후 경제활동 인구가 그만큼 감소함을 의미한다. 세금을 낼 수 있는 인구가 줄면 국가는 크게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세금을 아예 적게 걷어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거나 1인당 걷는 세금을 늘려서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세금을 적게 걷는 첫 번째 안은 불가능에 가깝다. 은퇴자가 늘어나는 만큼 국가에서 부양해주어야 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데, 세수가 줄어들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노인 인구에 대한 대책이 서질 않는다. 결국 1인당 걷어들이는 세금을 늘리는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조세저항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늘려서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인구분포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금리인상은 이자부담을 높여 집을 투기 목적으로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주택 구입에 대한 가수요가 줄어들고 실수요 위주로 주택시장이 재편되면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가격 상승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젊은 층이 주거안정에 대한 희망을 본다면 결혼 및 저출산 문제의 부분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국내 경제 지표의 개선을 들 수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IT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익 개선이 점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국내주식시장을 통해 직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10여 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넘어섰으며, 코스닥 지수 역시 800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주가는 경기에 선행한다.'는 말이 있듯이 국내 경기가 좋아질 것을 예상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감행한 세력들에 의해 국내 증시는 상승장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이익이 개선되었다는 것은 약소한 수준의 금리인상 정도는 재채기 한 번 하고 버텨낼 정도로 기업의 체력이 튼튼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쯤에서 금리를 한 번 올려주지 않으면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인해 자칫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금리인상의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고, 인원 감축을 하는 시기에는 금리인상이 마지막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그러지 않아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기업이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정부에서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기업들이 정상 궤도에 오를 시간을 벌어준다. 아픈 사람에게 항생제를 주고, 수액 주사를 놓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기업들이 내외부의 흔들림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인 이익을 내는 시점이 오면 항생제와 수액(저금리)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다. 건강한 사람에게 굳이 약을 먹이고 주사를 놓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2017/11/01 - [주식&채권 이야기] - [칼럼]미국 기준금리인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상기와 같은 이유로 앞으로의 추세는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상황을 봐가며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감내할 수준이 되었다는 판단이 설 때마다 인상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도중에 경제 위기가 오면 쉬어가는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오히려 금리를 다시 내릴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경제상황이나 국내의 경기를 살펴보더라도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어느 시점에 이루어지느냐를 고민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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