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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예전처럼 휴대폰을 저렴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나는 분위기가 있었다. 물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10월 1일이 되면 대란성 스팟이 터지고, 그 옛날 갤럭시3 대란과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통법이 폐지된 지금, 과연 우리는 3년 전처럼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을까?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답은 '아니오' 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고, 소비자들이 정부와 통신사, 제조사에 요구해야 하는 사항이 무엇인지도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일단 단통법은 해당 법 자체가 폐지된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단통법의 조항 중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만 폐지된 것이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란 출시 15개월 미만의 휴대폰에는 판매지원금을 일정금액 이상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제한했던 제도이다. 즉, 출시된 지 오래된 재고 휴대폰들에만 지원금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으며, 최신 휴대폰들은 지원금 33만원을 상한선으로 정해놓고 판매를 하는 제도였다.

어쨌든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었으니 이론적으로는 현재 갤럭시노트8이나 V30과 같은 휴대폰들도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단통법의 다른 조항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한,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누구나 공평(?)하게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 때문인데, 이 공시지원금과 관련한 '공시 의무제'라는 것이 있다. 휴대폰에 대한 지원금을 공시하면 최소한 1주는 해당 지원금을 유지해야 한다. 공시한 지원금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휴대폰을 판매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휴대폰 제조사나 통신사가 공시지원금을 소비자의 기대치만큼 팍팍 올려줄 일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가 예전처럼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휴대폰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은 아직 멀었다는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시의무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소비자가 합법적으로 휴대폰을 싸게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혹시 휴대폰 싸게 사는 법에 대한 방법이 생소한 사람은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서 관련 글을 읽어볼 수 있다.

2017/09/29 - [그 밖의 잡다한 이야기] - [생활정보]휴대폰 싸게 사는법(핸드폰 싸게 사는법)-1

2017/09/29 - [그 밖의 잡다한 이야기] - [생활정보]휴대폰 싸게 사는법(핸드폰 싸게 사는법)-2

이쯤에서 한 번 쯤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왜 휴대폰만 이렇게 복잡하게 구입해야 하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TV를 구입하고 싶으면 전국의 전자기기 매장에 가서 원하는 TV를 구입하면 된다. 어차피 가격은 큰 차이가 나지 않고, 구입방법도 간단하다.

그 다음으로 구입한 TV를 시청하려면 원하는 통신사에 연락을 해서 내가 구입할 채널을 정하고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그 밖에 컴퓨터, 전자렌지 등등등 모든 전자기기 구입도 아무 매장이나 가서 돈을 주고 사면 된다.

판매자가 TV를 싸게 팔았다고 처벌을 받고 감옥에 가는 일도 없고, 전자렌지를 싸게 팔아도 마찬가지이다.

파는 사람의 마음이며, 그것을 사는 것 또한 사는 사람의 마음이다.(자유!!! 프리덤!!!)

그런데 휴대폰을 한 번 구입하려고 하면,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해야 하며(ㅅㄷㄹ ㅌㅋㄴㅁㅌ, ㄱㅂㅌㅋㄴㅁㅌ와 같은 암호들도 공부하고...) 전국의 휴대폰 매장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기준으로 해도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서울에 있는 강변테크노마트와 신도림테크노마트로 휴대폰을 싸게 사러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집에서 클릭 한 번이면 TV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침대도 살 수 있고, 별별별 별의별 물건을 다 살 수 있는 이 좋은 나라에서 유독 휴대폰은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휴대폰을 저렴하게 파는 판매자는 국가에서 벌금을 매기는 등 처벌을 하며, 휴대폰을 싸게 사기 위해 발품을 파는 사람들도 (마치 불법무기나 마약을 거래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여) 괜히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도입해야 하는 제도가 있다.

분리 공시제와 단말기 자급제가 그것이다.

 먼저 '분리공시제'란 휴대폰을 판매할 때 지원하는 보조금을 휴대폰 제조사의 보조금과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으로 분리하여 공시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출고가 109만 4500원의 갤럭시노트8 64GB 휴대폰을 SK텔레콤을 통해 구입할 때, 공시지원금이 30만원이라면 '삼성전자에서 15만원, SK텔레콤에서 15만원' 과 같은 형식으로 해당 지원금이 어디서 얼마나 나왔는지를 소비자에게 공시하라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그 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던 휴대폰 출고가의 거품 문제를 일정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단말기 자급제'란 휴대폰은 제조사에서 구입하고 개통은 통신사를 통해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아예 휴대폰은 제조사에서만 구입하고 통신사에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분리공시제보다 더 필요한 것은 단말기 자급제라고 생각한다. 단말기 자급제는 위에서 TV구입을 예로 든 것을 생각하면 조금 더 이해가 쉽다. 어느 매장에서나, 오프라인에서든 온라인에서든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을 원하는 가격에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LG의 V30휴대폰을 구입하려면 베스트샵이나 하이마트 같은 곳에서 기기를 구입한 후, 내가 원하는 통신사에 가서 원하는 요금제로 개통을 하면 그만이다. 굳이 강변테크노마트나 신도림테크노마트의 휴대폰 던전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단말기 자급제가 도입되었을 경우의 장점을 살펴보면,

첫째, 휴대폰 구입 절차가 간편해진다. 언뜻 보기에 휴대폰을 매장에 가서 구입하고, 개통은 통신사에서 따로 해야해서 번거로울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휴대폰을 구입하려고 이상한 암호문 같은 것을 해독하고, 판매자의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에 속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단말기 자급제 도입으로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구태여 강변테크노마트나 신도림테크노마트를 찾아가서 휴대폰을 구입할 필요도 없다. 또한 지금 선택약정으로 휴대폰 사용요금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다지만 자급제가 도입된다면 요금제 자체가 낮아질 공산이 크므로 굳이 선택약정과 공시지원금을 비교해보는 번거로움도 없어질 것이다.

혹시 선택약정할인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여 관련 글을 볼 수 있다.

2017/10/05 - [그 밖의 잡다한 이야기] - [생활정보]휴대폰 할인받으며 사용하기(선택약정할인제도(휴대폰 요금할인제도), 휴대폰공기계 활용하기)

둘째, 약정과 위약금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의 방식으로 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을 구입하면 아무리 저렴하게 구입한다 한들 기기에 대한 위약금과 휴대폰요금에 대한 위약금이 발생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2년 약정을 채워야 하며, 약정을 채우지 못했을 때에는 많게는 수십만원의 위약금을 통신사에 물어야 한다. 그리고 이 위약금들은 보통 사람들이 그 구조를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게, 아주 어렵게 베베꼬아서 만들어 놓았다. 소비자가 핸드폰을 제조사에서 따로 구입함으로써 위약금 따위는 당연히 없으며, 통신사에서도 지금처럼 고가요금제를 사용하도록 강요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셋째, 휴대폰 및 휴대폰요금제의 거품이 빠질 수 있다. 솔직히 지금 휴대폰을 구입하려고 출고가를 보면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최신형 컴퓨터도 100만원이면 삐까뻔쩍한 사양으로 맞출 수 있다. 게다가 컴퓨터는 따로 월 유지비가 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요즘 휴대폰 플래그쉽 라인을 보면 100만원은 기본이고, 고가요금제는 덤이다. 그리고 출고가는 100만원이 넘으면서 실제 판매하는 가격은 이런저런 보조금을 더해 몇십만원을 할인해준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애초부터 그 가격에 팔면 될 것을 괜히 가격만 복잡하게 해 놓아서 전국에 수많은 휴대폰 호갱을 양산하게 하였다. 자급제가 도입되면 휴대폰과 휴대폰요금이 완전 분리되므로 가격이 더욱 투명해진다. 어딜가나 투명성은 가격 거품을 제거하는 일등공신이다.

** 결론요약

1. 단통법은 완전 폐지된 것이 아니라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만 폐지된 것이다.

2. 아직 예전처럼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없다.

3. 소비자는 분리공시제와 단말기 자급제의 도입을 요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단통법 폐지 이후에 휴대폰 구입 방법 및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내용에 대해 살펴보았다. 부디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에서도 더 이상 소비자들이 괜한 호갱이 되지 않도록 좋은 정책안을 마련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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